[국제칼럼] ‘이·팔 분쟁’의 해법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국제칼럼] ‘이·팔 분쟁’의 해법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0. 25.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유혈충돌이 한 달여 이어지고 있다. 수십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 군경에 사살되고, 유대인들의 방화로 18개월 된 아기와 가족이 죽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은 칼과 흉기를 들고 무차별적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돌진하고 있다. 이스라엘인도 10여명이 사망했다. 1987년과 2000년에 이어 제3차 인티파다(민중봉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충돌은 지난 9월13일 동예루살렘에서 촉발됐다. 이스라엘 병력이 이슬람의 3번째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부지에 진입하면서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인들이 시위를 시작하면서 양측이 충돌했다. 사상자가 급증하자 국제사회의 중재가 이어지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예루살렘을 방문해 양측 지도자에게 자제를 촉구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2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독일에서 만나 유혈 충돌에 대한 해법을 논의했다. 그러나 사태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반 총장은 “사태가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고 21일 밝혔다.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지도부조차도 현재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특징은 산발적인 불특정 다수의 공격이다. 과거 1, 2차 인티파다는 무장정파 하마스 등의 정치세력이 조직적으로 주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이스라엘군의 시위 진압, 사살 등의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선동 글들이 어린 청소년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들이 칼과 흉기를 들고 공격을 하고 또 사살당하고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장기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 해군의 포격으로 두 아들을 잃은 가자지구의 아버지가 아들들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_연합뉴스


이·팔 분쟁은 이처럼 해결이 쉽지 않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시작된 양측 간의 충돌은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분쟁이다. 국제사회의 대표적인 고질적 분쟁 혹은 만성화한 분쟁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해결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나름 분쟁해결을 위한 노력도 있었다. 1993년 오슬로협정이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에 합의했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후의 최종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20년 이상 지지부진한 협상에 실망한 ‘오슬로 이후 세대’ 청소년들이 현재의 무차별 공격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사안이 많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등의 이유로 최종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난민귀환, 정착촌 철수, 동예루살렘의 지위, 수자원 분배, 테러차단 등의 사안에서 실제로 이·팔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팔 분쟁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하면서 점령지에 정착촌을 계속 건설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슬로 협정의 ‘두 국가 해법’으로 한꺼번에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허용하는 것보다는 점진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경제평화론’이다. 아랍 및 팔레스타인인들의 경제 인프라를 확충하고, 경제개발을 지원하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자연스럽게 평화 구축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기능주의적 그리고 장기적 접근이다.

국제 사회와 언론도 이·팔 분쟁의 어려움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팔 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해법이 이미 제시되어 있다는 점을 망각한다. 1967년 242호와 1973년 338호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다. 안보리는 이미 두 차례 결의안을 통해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지 철수를 결의했다. 이스라엘이 강점한 국제법상 불법점령지역에 대한 결의안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이행하면 해결되는 것이 이·팔 분쟁이다. 이스라엘과 아랍의 갈등은 본질적으로 영토 분쟁이기 때문이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중동전문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