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제협력이 곧 통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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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기고]경제협력이 곧 통일이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3. 16.

1990년대 초, 동유럽이 무너지고 청년들은 실업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때 프랑스의 용병제도는 이들에게 일종의 돌파구였다. 영국 BBC에서 이들을 취재했다. 만일 프랑스와 너희들 조국과 전쟁이 있다면, 총구를 누구로 향할 것인가 물었다. 청년들은 되물었다. 그 질문에 꼭 대답을 해야 되느냐고. 기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들은 자기의 조국을 향해 총구를 돌리겠다고 대답했다.

국가와 민족은 이제 경제적 권력 앞에서 그 의미가 무색해진 지 오래다.

지금 북한 사회에는 시장경제의 싹이 트고 있다. 인민들은 배급경제의 피곤한 기대에서 벗어나 자립경제의 와중에서 살아가기 위해 치열하게 발버둥을 쳐야 하는 현실이 힘들다.

경제가 그들의 국방과 사회, 그리고 정치의 이면에 실질적인 권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은 개성공단을 통해 주문자 상표 부착의 형태로 북한의 노동을 활용하고 있다. 저임금에다 소통이 가능한 북한 인력은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가 되고, 북은 개성공단을 통해 인민들의 일자리와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 이것이 아마도 흔히 얘기하는 ‘윈윈전략’의 일환으로 나아가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호전적이고 시대착오적 전쟁놀이를 무시하면서, 한편으로는 공존과 호혜적 경제활동에 우리가 발을 들여놓은지도 오래다.

한국 정부의 대북 통일정책이 뚜렷하거나 실질적인 대안을 갖지도 않은 채 그동안 여러 제안을 해온 것을 생각하면 개성공단은 성공적인 남북관계의 시금석이 되는 사업일 수도 있다.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적 대의 앞에서 작고 용이한 영역에서부터 상호협력과 이해를 해나가는 수단은 아마도 정치보다는 경제적 교류의 길이 우선일 것 같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북측의 임금인상 요구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설명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러한 견지에서 제2의, 제3의 개성공단이 건설되어야 함은 분명한 것 같다. 북한은 그동안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용서가 안되는 일들을 벌이고 있지만, 한발 물러서 동북아 역내에서의 한반도 입지를 고려할 때, 우리의 민족적 이해를 찾아가는 차원에서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운명적 한반도인들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 여겨진다.

결코 신뢰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규정하고 우리들은 착시에 의한 오해와 편견이 아닌, 진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물러나 미래지향적이고 대국적 견지에서 용서하는 자세는 어떨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총리는, 용서는 하나 잊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 비극적 역사를 잊지 않고 힘들고 지친 현실을 극복한 유태인들의 오늘은, 비록 그들이 갑의 오류를 때로 저지를지라도, 일단은 평가받고 있다.

정치를 떠나, 우선 남북한이 경제의 영역에서 상호 대폭적인 협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물적 유통의 시간과 공간적 이동의 자리로 보일지라도, 그곳에는 항상 인적교류가 필수적으로 자리하게 된다.

북한지역에 남한의 기업과 기술, 그리고 자본이 서서히 흘러들 때, 그것은 절반의 성공으로, 통일의 길로 진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이후는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한반도인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진환 | 방송대 강원지역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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