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중 무역전쟁, 어떻게 대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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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기고]미·중 무역전쟁, 어떻게 대처할까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1. 15.

이번 미국 중간선거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반대하던 후보들은 패하고, 이를 지지하던 후보들은 승리했다. 이제 물러설 이유도 없으니, 미국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중국과 무역전쟁을 계속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뭘까? 그리고 이 싸움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해야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싸움의 본질은 미·중 간 패권다툼이다. 특히 미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확고한 우위를 얻고자 한다. 세계화의 역사를 통해 세계는 무역에서의 승리가 언제나 기술우위를 갖는 나라에 돌아간다는 것을 학습해왔다. 중국이 기술굴기를 위해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고안하고, 시진핑이 반도체 칩 제조기술 확보에 정부 보조를 아끼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싸움 이면에서 ‘중국제조 2025’를 저지하고 ZTE(중싱통신)나 푸젠진화와 같은 중국 기술기업의 부상을 막고자 미국이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자유주의 무역체계의 ‘규칙’을 따르겠다던 중국의 약속도, 트럼프의 ‘더 공정한 무역’이란 말도 이 싸움 앞에서 모두 공허하다. 중국은 WTO 협정을 어겨서라도 기술 자급력을 높이려 하고, 트럼프는 자국 경제의 미래에 실존적 위협이라며 WTO 협정의 빈 틈인 국가안보를 이유로 WTO 협정에 반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 ‘무역’은 기술우위를 점하기 위한 세계적인 싸움터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미·중 간 싸움이 봉합된다 해도 여전히 무역은 규칙 위반자들과의 덜 공정한 게임이 될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여러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받는 우리는 이 싸움에서 특히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세계화된 제조 네트워크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지만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조차 기술우위를 잃어가고 있다. 기술융합과 트렌드 창출을 바탕으로 한 현재의 첨단기술은 전문성 있는 다수 기업이 협력하고 모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어야 발전한다. 그러나 우리 기술분야는 수직화되고 경직된 협력체계를 아직 못 벗어나고 있다. 무역에서 기술우위를 잃은 국가는 뒤처진 기술에서만 주로 고용이 창출되고, 뒤진 기술의 임금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은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 우리도 첨단기술 발전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과 체질 개선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막는 방패가 될 거라는 기대도 버려야 한다. 우리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일본은 RCEP와 CPTPP를 통해 우리와 새롭게 자유화를 협상하게 된다. 일본은 여러 첨단기술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서고 이 기술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이 두 협정을 준비해왔다. 뒤진 기술분야의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에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무분별한 자유화는 성장 가능성을 없애는 일이다. 전문가와 협상의 달인들이 모여 자유화를 늦춰야 할 기술과 시급히 자유화해야 할 기술을 가리고 이를 정교하게 협정문에 반영할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우리 기술을 발전시키고 지켜낼 역량이 있어야 이 싸움에서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이지수 호서대 교수 글로벌통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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