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스타벅스 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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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스타벅스 탈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2. 11. 21.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스타벅스. 이들이 프랑스 땅에 발을 딛기 시작한 건 2004년이다. 프랑스식 까페 문화에 끈끈한 고집과 열렬한 애정을 가진 이 나라 에서 미국식 커피문화가 이식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혹의 눈길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8년이 지난 지금, 스타벅스는 매장 수를 78개로 늘였다. 한국 (400여개)에 비하면 적은 수이고, 한국에서 누리는 위용에 비하면 미미한 존재감이지만, 지난 해, 공식 매출만 7천270만 유로(약1100억원)를 기록할 만큼 생각보다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무난한 진입의 이면에는 놀라운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스타벅스는 프랑스에서 영업을 시작한 이후로,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영업해왔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적자’라서.


그들의 변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믿지 않을 수 밖에.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회장이 지난해 파리를 방문했을 때 프랑스 스타벅스는 흑자 경영 상태라고 분명히 말했으니까. 그러나 투자자 앞에서는 흑자였던 스타벅스는 여전히 지난 해에도 250만 유로 적자를 기록했다고 신고하면서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어찌된 노릇인가.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가 기자들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경향신문DB)


프랑스 스타벅스는 네델란드에 있는 스타벅스 유럽 본사에 매년 매출의 상당부분을 지불한다. 상표와 로고, 매장 디자인에 대한 사용료와 커피를 사들이는 값 등등이 그 명목이다. 여기에 임대료, 인건비 등등을 제하고 나면 적자가 난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 네델란드에 흘러온 그들의 매출액의 대부분은 다시 소득세가 2%밖에 되지 않는 스위스로 흘러 들어간다. 즉 매출의 상당부분을 세금이 낮은 나라로 빼돌리는 수법으로 넓게 뻗은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세금을 최소화 하는 세금 파라다이스의 루트를 개척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영국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지난 3년간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영업을 해왔고, 독일에서도 같은 방식의 탈세를 자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로이터 통신의 한 기자는 스타 벅스가 이 같은 방식으로 유럽에서 탈세한 금액이 지난해에만 6천만유로 (약9천억원)에 달한 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수법으로 거액의 탈세를 해 온 다국적 기업이 스타벅스 만은 아니다. 또 다른 글로벌 기업 아마존은 역시 세율이 낮은 룩셈부르크에 매출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절세’를 시도하다 지난 9월 프랑스 조세당국으로부터 약 2700억원 상당의 체납 지불명령을 받았다. 아마존은 이에 불응하고, 여전히 조세당국과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그 밖에도, 구글, 페이스북, 애플,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등, 유럽 국가들마다 조금씩 다른 세금 납부 방식의 허점을 이용해서, 다국적 기업 내의 조직망을 통해 세금 도둑질을 해온 이 탈세의 명가들은 하나같이 미국 계열. 모두들 미국 MBA에서 하나같이 탈세 특강이라도 이수한 것인지. 


다국적 기업의 잇점을 활용, 천연덕스럽게 합법적인 탈세를 해오던 이 기업들 사이에, 최근 빨간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경제위기로, 강도 높은 긴축재정이 시민들의 삶을 압박하는 지금,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 탈루 의혹이 확대되면서 이에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일군의 시민들이 스타벅스 매장 점거를 시도하면서, 이 곳을 탁아소나 빈민수용소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국의회는 지난 주, 스타벅스와 구글, 아마존의 임원들을 청문회에 불러 조세회피 의혹을 들이대며 신랄하게 비난하고, 다국적 기업들이 벌어들인 소득이 외국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새로운 소득세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지난 주 수요일 애로 총리는 장관회의에 다국적 기업들의 조직적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한 일련의 대책들을 제시하면서, 연말까지 이들의 조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확고한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커피콩 가게 주인들, 콩밥 한 번 먹게 될 날이 오는 걸까? 제 버릇 남 못 주고, 유럽에서 세금 떼어먹는 실력을 남모르게 아시아에서도 발휘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털어봐 줘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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