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중 FTA, 개성공단 조항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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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기고]한·중 FTA, 개성공단 조항 충분한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2. 26.

정부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런데 모두 영어로 쓰여 있다. 분량도 1152쪽이나 되고 법률 용어로 가득해 보통 사람들이 알기 어렵다. 반쪽짜리 공개이다. 시민이 쉽게 알도록 한글로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 여론 수렴과 반영이 가능하다.


영어 협정문에는 쟁점이 많다. 첫째, 일자리 문제이다. 협정문에는 FTA 때문에 근로조건이 나빠지는 일이 없도록 노동권을 보호하는 조항이 없다. 이 점이 미국, 유럽연합, 호주와의 FTA들과는 다른 점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보면 중국의 농민공은 2억6000만명이 넘는다. 중국 근로자들이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한·중 FTA가 되면 그 영향은 한국 근로자들에게 더 크게 미친다.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도 나빠지고 일자리가 줄 수 있다.

특히 ‘계약서비스 공급자’라고 하여, 중국 회사가 중국인 직원을 한국에 장기 체류시키는 방식으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업종은 기계 및 산업설비의 설치·보수, 경영자문, 건축 설계, 전문 엔지니어 등인데 고용에 영향을 줄 것이다.

둘째, 국민건강 문제이다. 협정문의 16장인 환경 분야 조항은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를 막기에 턱없이 부실하다. 중국발 대기오염 물질로 고통받는 한국의 입장에서 환경 주제는 한·중 FTA의 핵심 사항이다. 하지만 협정문 어디에도 중국에 원인제공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는 조항이 없다.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식으로 된 지금의 협정문으로는 황사와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시민의 건강을 지킬 수 없다.

미국은 중국산 식품 중 특별한 감시가 필요한 식품을 지정하고 중국 현지에서 조사·차단하는 내용의 협정을 중국과 체결했다. 한·중 FTA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오히려 전자담배용 니코틴 액에 매기는 관세(6.5%)를 없앴고, 담배 관세도 철폐 대상에 집어넣었다. 국민 건강을 위한다며 담뱃값을 올린 것과 모순이다. 담배를 FTA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

셋째, 중국 회사에 대한민국을 국제중재에 회부할 권한을 주는 문제이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는 한·미 FTA에서 큰 문제가 됐다. 론스타가 한국을 국제중재에 회부하면서 청구하고 있는 돈이 무려 4조6000억원이다. 정부도 미국과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한·중 FTA에 회사의 국제중재권을 다시 집어넣었다.

게다가 더 퇴행적인 형태이다. 한·중 FTA 방식은 한·미 FTA보다도 더 못하다. 국제중재의 내용을 시민에게 공개하는 조항이 없다. 이것이 얼마나 부당한가는 앞에서 본 론스타 사건에서 잘 알 수 있다.

정부의 2015년 예산안을 보면, 론스타 국제중재 대비를 위해 쓰는 돈이 112억3400만원이다. 2013년도부터 사용한 예산을 합하면 219억5200만원이다.

이렇게 엄청난 혈세가 들어가는 데도 국민들은 어떻게 중재가 진행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국제중재의 비밀주의 때문에 그렇다.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은 새로운 FTA 모형에서는 국제중재 관련 서류를 시민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끝으로, 북한 경제의 동아시아화이다. 한·중 FTA에는 북한의 ‘기존 공단’에서 생산한 신발, 가방, 장갑, 손수건, 천막, 가위, 보일러 부품 등 310개 품목을 한국산과 중국산으로 인정해 주는 조항이 있다. 한·중 FTA는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와 하는 최초의 FTA로서, 북한 조항은 실제적 의미가 있다.

 

2005년 5월 개성공단 내 의류업체 신원 공장에서 북측 직원들이 제품을 만들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가서명 결과 개성공단 생산품목 대부분이 원산지 지위를 부여받아 특혜 관세 혜택을 받게 됐다. _ 연합뉴스

 

북한이 한·중 FTA를 계기로 동아시아 경제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이롭다. 한반도 무핵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그러나 한·중 FTA는 매우 부족하다. 기존 공단이라는 개념도 불확실하고, 대상 제품도 극히 제한적이다.

이래가지고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한글 협정문을 공개해야만 한다. 그래야 활발한 토론이 가능하다.

송기호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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