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란 제재 해제, 과연 우리에게 기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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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기고] 이란 제재 해제, 과연 우리에게 기회일까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0. 19.

요즈음 테헤란에서 호텔 방을 구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지난 7월14일 이란과 P5+1(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독일)의 핵협상이 최종 타결된 후 이란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까닭이다. 정치적 기류 변화와 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감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관계자들이 이란으로 몰려들고 있다.

시장의 수요를 반영하듯 이란 입국의 관문인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 앞에는 최근 신규 호텔 두 개가 문을 열었다. 유망 전시회가 열리는 기간이면 호텔 로비에서는 각국에서 온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예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풍경이다. 이달 초 개최된 테헤란 국제산업전시회도 마찬가지다. 500여개의 이란 기업뿐 아니라 300개가 넘는 외국 기업이 전시회에 부스를 설치해 참가했다.

우리나라는 15개 기업이 국가관을 구성해 전시회에 참가했다. KOTRA 이란 테헤란무역관에서는 참가기업을 대상으로 바이어 상담 주선을 진행했는데, 관심과 반응이 예전과는 다르며 시장 상황이 매우 치열해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란은 지리적으로 유럽과 가까우며 인종적·언어적으로 아랍과는 다르다.

핵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테헤란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V자를 그리며 환호하고 있다._AP연합뉴스


얼마 전 영국에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이란 사람들은 경제제재가 풀리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해외여행을 꼽았다. 그중에서도 미국에 다녀오겠다고 답한 비율이 매우 높았다.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이란 사람들은 미국에 대해 기대 이상으로 개방적 태도를 보인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는 테헤란에 공식 매장을 열었으며, 미국 회사가 이란에 지점을 낸 것은 핵협상 타결 후 MS가 처음이다.

핵협상 합의안에 기초해 오는 12월15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사찰이 무리 없이 끝나면 내년부터 제재 해제는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제재 기간 동안 이란 시장에서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원화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무역 거래 시 대체결제가 가능하며, 한국산에 대한 인지도도 상승했다. 다만 제재가 전면 해제되고 경쟁국 진출이 본격화되었을 때 한국산이 지금처럼 높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4년 기준, 이란은 우리나라의 26위 수출 대상국이다. 41억달러 이상을 수출했으며 전체 수출량의 0.73%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은 가전제품, 합성수지, 자동차부품, 철강, 석유화학제품 등이다. 제재 해제 후에도 우리 기업은 거래 성사 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상대 기업과 신뢰를 쌓는 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란은 계약 체결 시 신용장(L/C) 개설에만 6개월 이상 걸릴 때도 있으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합작투자와 기술이전, 현지생산 등도 고려 대상이다. 제재 해제가 우리 기업에 기회일지 위기일지, 이란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금부터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욱진 | KOTRA 이란 테헤란 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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