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 머리싸맨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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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머리싸맨 유럽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10. 27.

1. 요즘 유럽국들의 최대 위협은 ‘대형 은행’이라는데... 무슨 얘기일까요?

27일 블룸버그통신은 “영국과 스위스 등 몇몇 유럽국가들이 당면한 최대의 안보 위협은 테러와 사이버전쟁도 아닌 대형은행들”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특히 이중에서도 영국의 HSBC와 바클레이, 스위스의 UBS와 크레딧스위스등 4개 은행을 대표적인 골칫덩어리로 지목했습니다.


2. 왜 골칫덩어리인가요?


왜냐고요?
2008년 미국을 시작으로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의 대형은행들이 잇달아 무너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졌던 것 다들 기억하실 텐데요.




Swiss banking giant Credit Suisse on Thursday said it made 609 million francs 

(452 million euros, 630 million dollars) in the third quarter, down 74 percent from a year ago.

 (AFP/File)


유럽에서 요즘 재정파탄 공포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형 은행들이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처럼 부도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겠죠.
이들 은행들 부실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자칫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가 나서서 뒤처리하다가 아예 국가부도로 갈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이미 유럽 전 지역이 제2차 세계대전이후 최대의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대형은행들이 무너질 경우 닥쳐올 파장은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수준을 넘어섰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습니다.


3. 그럼 대형은행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할 것 아닌가요.


그 해법을 놓고 각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겁니다. 그놈의 ‘대마불사’... 시장에 맡겨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규제를 하자니 해당 은행들은 버티기로 일관하는 양상입니다. 
가장 심각한 고민을 안고 있는 나라는 유럽의 양대 금융 강국인 영국과 스위스입니다. 두 나라 정부는 대형은행의 부실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다름 없는 상태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재정개혁에 앞서 먼저 대형은행들의 부실을 줄이는 것을 지상과제로 생각하고 있고요.


4. 그래서 두 나라의 대책은 뭔가요?

영국의 경우 은행들의 모럴헤저드로 인한 예금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형은행들의 소매금융기능과 투자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머빈 킹 영국은행 총재는 26일 미국 뉴욕 금융컨퍼런스에서 “금융개혁 방안으로 대형은행을 분리시키는 방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근본적인 금융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Commission of Experts Chairman Peter Siegenthaler (C), Commission of Experts Vice-Chairman and 
Director of FINMA Patrick Raaflaub (L) and Commission of Experts Vice-Chairman 
and Vice Chairman of the Governing Board of the Swiss National Bank (SNB) Thomas Jordan 

attend a news conference to submit a package of measures to limit risks
for "too big to fail" banks in Bern October 4, 2010.

 REUTERS




스위스는 이미 지난 4일에, 은행 자본규정에 대한 국제협약인 바젤III 협약보다 더 강화된 자체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지금 정부가 의회에 승인을 요청해놓고 있는데, 그 규정에 따르면 스위스의 은행들은 자기자본 비율을 바젤III의 10.5%보다 훨씬 높은 19%로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USB와 크레디스위스는 각각 추가로 780억 달러(약 88조원) 씩을 더 쌓아둬야 한다는군요.


5. 은행들은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 반대할 텐데요?


그게 문제랍니다. 두 나라 대형은행들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은행을 쪼개거나 규제를 강행하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겠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영국 바클레이 은행의 최고경영자 밥 다이아몬드는 26일 영국 상공회의소 연례회의에 나와 “정부의 규제 취지는 알겠지만 그렇게 되면 국제무대에서 세계적인 투자은행들과 경쟁하기가 힘들다”고 불만을 터트렸습니다.
대기업들이 내놓는 전형적인 불평이죠...
HSBC의 스튜어트 걸리버 투자은행부문 사장도 “정부가 대형은행의 투자업무를 분할하는 은행법 개정을 밀어부치면 영국을 떠날 수도 있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에 대해 일반의 시각은 당연히 부정적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리스트 매튜 린은
“어쩌면 4개 은행들이 유럽을 떠나는 것이 양쪽에 더 좋을 지도 모른다”면서 본사 이전을 볼모로 삼은 은행들의 ‘협박’을 우회적으로 꼬집었습니다.


6. 그나저나... 유럽국들은 은행 규제 일환으로 은행세를 도입하려 한다면서요?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이 은행세 도입에 이미 합의를 했고요. 영국이 며칠 전 은행세 관련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21일 공개된 초안에 따르면 대형은행들은 내년부터 해마다 25억 파운드(약 4조500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지난해 한시적으로 금융기관 연말 보너스에 대해 영국 정부가 세금을 부과한 바 있는데, 이 은행세는 그것과 달리 영구적으로 매겨지는 세금입니다. 영국에서 영업하고 있는 외국계 은행들에게도 다 세금을 매긴다고 하네요.
은행들이 거품 속에서 고위험 투자를 하고, 결국 그 책임은 납세자들이 져야 하는 구조를 고치기 위한 목적인데요. 세금 부담은 은행 규모가 클수록 커집니다. 아직 세율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은행업계는 미리부터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부도 공포와 재정적자 문제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은행세가 속속 도입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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