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진 그 후
본문 바로가기
국제뉴스 쉽게 알기/국제뉴스 Q&A

아이티 지진 그 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10. 25.

1. 아이티에서 콜레라가 발생했다고.


아이티에서 콜레라가 발생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일단 확산세는 주춤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진이 일어난 지 9개월이 지나도록 복구되지 않는 아이티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유엔 아이티 인도주의조정관 니겔 피셔의 말을 인용해 “다국적 의료진이 아이티 콜레라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속도를 늦추는 데에 성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날까지 이미 사망자 수는 250명을 넘어섰습니다. 


콜레라에 걸린 사람들은 30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Children suffering from cholera wait for medical treatment 

at a local hospital in the town of Saint Marc October 22, 2010.

 REUTERS/St-Felix Evens




2.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전염병이 퍼지면 급속 확산될 수 있을텐데.


아이티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것은 지난 1월 12일. 어느 새 9개월이 지났습니다만, 이번 전염병에서 보듯 현지의 복구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것은 포르토프랭스 난민촌 상황입니다. 지진이 난 다음에 다시 집을 짓지 못한 난민들 130만 명이 포르토프랭스의 천막촌에서 살고 있습니다. 포르토프랭스는 곳곳에 천막과 방수포 캠프들이 쳐져 있어, 사실상 도시 전체가 난민촌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전염병이 한번 일어나면 창궐하는 것은 시간문제겠지요.


3. 평화유지군 주둔이 길어지면서 ‘점령’이 아니냐는 국민들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는데.


현지 언론인 ‘아이티 리베르테’ 영문판에서 본 소식인데요. 지난 15일, 유엔 평화유지군이 포르토프랭스 공항의 유엔군 기지 밖에 모여든 시위대 100여명을 향해 공포탄을 쐈다고 합니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아이티안정화임무(MINUSTAH) 즉 평화유지군 주둔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시위대는 여기에 대한 항의를 했던 것이었고요. 

이미 지진 한참 전인 2004년 6월부터 유엔은 정정불안을 이유로 아이티에 군대를 파병해놓고 있습니다. 아이티 사람들 중에는 이를 ‘점령’으로 보는 이들이 적잖습니다. 

실제로 당시 유엔군은 아이티를 점령했던 미국, 프랑스, 캐나다 군대로부터 치안권을 이양 받았기 때문에 점령군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진 것도 무리는 아니죠. 주민들은 유엔군을 점령군이라 부르며 철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Brazilian UN peacekeepers stand guard atop a building in front of the National Penitentiary 

during a prisoners' uprising in downtown Port-au-Prince, Haiti,Sunday, Oct. 17, 2010. /AP




4. 유엔이 복구에 성과를 보이지 못해 반발이 심한 것은 아닌지.


지진이 일어나고 얼마 동안은 구호 활동이 급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물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하지만 옛 식민종주국인 프랑스가 나서서 아이티 문제에 개입을 하고, 과거 아이티의 독재정권을 밀어줬던 미국이 지원 병력을 보내고, 유엔 평화유지군 주둔 기간이 더욱 연장되면서 반발이 차츰 고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두어 달 사이에 유엔군 철수를 요구하는 항의시위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유엔이 지진 복구를 돕는 것보다는 굶주린 사람들로부터 약탈을 막기 위한 ‘시설 경호’에만 치중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진 직후의 혼란 속에서 무장 경찰들이 시민들을 돕기는커녕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약탈을 하는 일이 있었는데, 정작 유엔군은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 채 방치했다는 비난도 나옵니다.


5. 곳곳에 반 유엔 구호들이 눈에 띈다던데.


도시 곳곳에는 “점령을 끝내라”, “유엔 도둑들 사라져라”라는 낙서들이 등장하고 포르토프랭스 주민들 사이에 유엔에 대한 반감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 풀뿌리 조직 활동가 이브-피에르 루이는 아이티 리베르테 인터뷰에서 “유엔은 아이티 헌법과 유엔 헌장 모두를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엔 헌장은 국제평화와 안보가 위협받을 때에만 유엔 평화유지군이 주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아이티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핵폭탄을 만들거나 테러를 벌이거나 마약을 수출하지도 않는다. 대체 ‘위협’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Pedestrians walk past Presidential election posters in Port-au-Prince September 29, 2010. 

Haiti is scheduled to hold its presidential elections on November 28. /

REUTERS




6. 다음달 대선·총선은 어떻게 될까.


주민들의 또 하나의 불만은 다음달로 예정된 선거에 대한 겁니다. 

유엔 안보리는 아이티 주둔기간을 연장하면서 “합법적이고 믿을만한 선거결과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붙였습니다. 하지만 아이티 사람들 사이에선 “외세 때문에 벌써부터 선거 구도가 불공정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핵심 이슈는 옛 지도자 장 베르트랑드 아리스티드 전대통령 세력 문제입니다. 아리스티드는 2004년 미 해병대에 납치된 이래로 해외를 전전하고 있죠. 미국이 다시 아이티에 압력을 넣어 다가올 선거에서도 아리스티드 세력을 밀어내려 한다는 추측이 많습니다. 앞서 미 하원의원 45명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리스티드 세력이 이번 선거에서 배제되면 다시 정정불안이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 서한을 보냈다 합니다. 


정작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지는 미지수입니다. 원래는 11월 28일 대선과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었습니다만, 당국은 투표를 그대로 실시할지, 연기할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하네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