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야생동물 식용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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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

법으로 야생동물 식용 막을까

by 경향글로벌칼럼 2020. 4. 8.

중국 선전시가 다음달부터 개와 고양이의 식용을 전면 금지한다. 새 조례에 따라 개·고양이나 야생동물을 식용하면 거래 가격의 최대 30배의 벌금이 부과된다. 최고 수준의 처벌이다.


이 같은 조치는 전 세계 동물단체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코로나19가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과 연관성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중국은 연이어 관련 금지법을 제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신종 전염병의 70%가량이 동물로부터 비롯된 인수공통 감염병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선전시의 강력한 조치는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지탄받아온 중국의 식문화에 새로운 인식 전환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중국의 광시성 위린시에서 열리는 ‘개고기 축제’에서는 매년 1만마리의 개가 도축·판매돼 ‘중국 혐오’ 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신규 조치들이 야생동물을 추종하는 식습관과 남획을 막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비관론자들이 꼽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법규의 모호함이다. 선전시의 새 조례에는 식용 가능한 동물, 즉 ‘화이트 리스트’가 포함돼 있다. 돼지, 소, 양, 닭, 오리, 거위, 당나귀, 토끼, 비둘기, 메추라기는 식용 가능한 동물 명단에 들어갔다. 그리고 자라와 황소개구리는 “식용 금지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허가는 아니지만 금지 리스트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식용이 가능하다. 


자라와 황소개구리의 식용 허가 여부를 두고는 논란이 많았다. 선전시는 상위 규정에 속하는 ‘국가 가축 유전 자원 목록’에 포함됐기 때문에 양식한 자라와 황소개구리를 금지하지 않겠다고만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월24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는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을 전면 금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로 박쥐, 천산갑 등 야생동물이 지목되자 발빠른 조치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 안건의 4조에는 “과학연구, 약용, 전시 등 특수 상황에서 행해지는 야생동물에 대한 비식용 이용은 국가 규정에 따라 엄격히 심사하고 검역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약용 목적은 사실상 허가한 셈인데, 약용 범위, 종류에 대한 규정은 전혀 없는 게 문제다.


중국의 야생동물 이용방식 중 1위는 약용, 2위가 식용, 3위가 전시 및 공연으로 알려져 있다. 약용과 식용의 구분도 모호하다.


야생 사향노루는 1950년대만 해도 중국 내 250만마리가 서식했지만, 1990년대 말 10만마리로 개체 수가 급감했고, 현재는 멸종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여전히 ‘중의약 처방집’에는 사향이 포함된 처방만 295종이다. 코로나19의 중간숙주로 지목된 천산갑도 전통의학(중의학) 약재로 쓰인다.


중국은 코로나19 치료에 중의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이를 성과로 과시하고 있다. 곰의 쓸개를 건조시켜 만든 웅담 성분은 코로나19 환자 치료 방안에 포함돼 있다.


치료를 목적으로 한 섭취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면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은 계속될 수 있다. 약용과 식용의 모호한 경계, 불분명한 규정은 이를 더 부추길 수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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