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성공단 기업인 자산점검 차원 방북도 못하나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개성공단 기업인 자산점검 차원 방북도 못하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1. 28.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승인이 또다시 유보됐다. 이번이 벌써 7번째다. 통일부는 지난 25일 개성공단기업협회에 공문을 보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승인을 유보한다는 방침을 통지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간 협의, 국제사회의 이해 과정뿐 아니라 북한과도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며 “여건들이 다 충족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기업인들은 시설 점검을 위해 1사1인씩 모두 179명이 하루 일정으로 방북하겠다는 신청서를 지난 9일 제출한 바 있다.

 

정부는 한·미 워킹그룹 등 채널을 통해 미국과 기업인 방북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공유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공감대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정부 당국자는 답변을 피했지만 미국이 북·미 협상을 앞두고 기업인들의 방북을 탐탁지 않게 여겼을 개연성은 있다. 개성공단 문제는 북·미 협상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이고, 이르면 오는 2월 말로 예상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재가동 문제가 협상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개성공단기업비대위 주최로 열린 개성공장 점검 위한 방북승인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철훈 기자

 

하지만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은 어떤 전략물자 반입도 동반하지 않는 ‘맨손 방북’이다. 이들은 개성공단 재가동이 북·미 협상 진전과 연동돼 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만큼 방북 목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할 가능성도 낮다. 그렇다면 사실상 방북 승인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미국에 한국 정부도 소극적인 태도로 동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미국의 경직된 태도는 최근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의 대북 지원 문제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한·미는 지난해 말 워킹그룹 회의에서 타미플루 대북 제공에 합의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약품 전달을 준비해왔으나, 미국이 약품 수송차량이 대북 제재에 저촉될 가능성을 문제 삼으면서 약품 전달이 지연되고 있다는 말이 돈다. 사실이라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타미플루 제공은 겨울철이 지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해 대북 제재를 견고하게 구축해왔다. 남북교류도 제재의 틀을 준수하면서 진행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이나 제재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남북교류에 대해서조차 강경 대응하는 것이 무슨 실익이 있는지 미국에 묻고 싶다. 한·미 양국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조속히 허용하길 바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