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군사주권·공약 팽개친 박 대통령, 사과·해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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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군사주권·공약 팽개친 박 대통령, 사과·해명하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0. 26.

박근혜 정부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무기 연기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 점차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전작권 환수 연기는 우선 용산공원 계획을 망쳐놓고 있다. 한·미 합의에 따르면 한·미연합사 본부 건물, 작전센터, 미8군사령부 건물이 이전 부지인 평택으로 옮겨가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 공원의 허리에 해당하고 공원 터의 10%가량 차지하는 이 공간을 그대로 둔다면 공원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잔류하기로 한 동두천 주둔 미군 2사단 210화력여단도 시 중심에 위치해 있다. 동두천시 역시 종합발전계획을 세울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서울·동두천시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또 한국 사회는 용산 미군기지와 한강 이북의 미군부대를 평택으로 옮기기 위해 이미 엄청난 사회적 비용를 치른 바 있다.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평택 주민들과 공권력의 충돌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얼마나 컸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전 사회적 논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을 갑자기 중단한다면, 그것도 이전 작업이 상당 부분 추진된 상황에서라면 당연히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비밀작전 하듯 이 모든 합의를 순식간에 깨 버렸다. 정부가 먼저 평택 이전을 요구하는 바람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는데, 이제 다시 남아 달라고 요청했으니 그 비용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경제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국가가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라면 국회 비준을 거치는 것이 정상적이다. 용산기지 이전과 한강 이북 미군부대 이전계획이 국회 비준을 거쳤기 때문에 그 변경에 대해서도 국회가 비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정부가 정정당당하다면 국회 논의를 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런 절차를 통해 정부가 연기 추진 과정 및 배경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정부는 잔꾀를 쓰기보다 정도를 걸어야 한다.

또 국회 비준과 상관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대통령 후보로서 기자회견을 통해 “2015년 전작권 환수를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한 공약을 스스로 어겼다. 그것도 취임하자마자 비밀리에 무기 연기를 추진함으로써 공약대로 환수할 줄 믿고 있었던 시민을 속였다. 사회적 합의 폐기, 공약 파기, 시민 기만행위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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