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북 전단 살포는 통일부 장관 승인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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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시론]대북 전단 살포는 통일부 장관 승인 사항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0. 26.

탈북주민 중심의 보수단체가 북한의 인권침해를 규탄하며 날려보낸 대북 전단이 결국 총탄으로 되돌아왔다. 이를 우려한 접경지역 주민들은 급기야 실력 저지에 나섰다. 대북 전단 살포는 이제 ‘남남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천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모처럼 조성된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급랭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국제사회가 우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임은 공지의 사실이다. 이를 직접 겪었던 탈북주민들은 북한에 남아 고통받고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북한의 독재자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남다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행위를 그동안 이해하고 동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러한 행위는 이쯤에서 중지함이 마땅하다. 왜냐하면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국익에 반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고, 무엇보다 이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당국의 승인 없이 북한으로 물품 등을 반출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된 위법행위다.

북한으로 일정한 물품을 반출하려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와 제14조). 대북 전단은 승인 대상 품목 중 광고물 내지 인쇄물에 속한다(통일부 고시 제2012-2호 및 관세·통계 통합품목분류표 참조). 따라서 대북 전단을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반출하려면 미리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대북 전단을 북한으로 반출하는 행위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의 불특정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므로 교역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통일부 장관의 승인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명박 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남북교류협력법의 입법 목적에 반하는 잘못된 해석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생각하면 분명해진다. 가령 풍선에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고성능 노트북이나 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전략물자를 매달아 보내는 행위도 이를 받게 될 사람이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통일부 장관 승인 대상이 아니라고 할 건가.

임진각 상인회 등 경기 파주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3일 경기 파주시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북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_ 연합뉴스


남북교류협력법은 대외무역법과 달리 남북 간의 상거래가 아니라 평화와 통일을 입법 목적으로 하고 있다. 통일부 장관의 승인 대상이 되는 행위는 대가의 유무를 가리지 않는 물품의 이동임이 법문상 명백하다. 승인의 대상인 반출과 반입은 특정한 상대방을 요하지 않는 개념이다. 따라서 풍선에 어떤 물품을 매달아 북한으로 이동시키면 이를 받게 될 상대방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반출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북 전단 살포 행위도 사전에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대북 전단을 북한으로 이동시키는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남북교류협력법 제27조 제1항 제3호). 경찰은 범죄를 구성하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예방하고 진압해야 할 의무가 있다(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제2호). 만일 이 의무를 고의로 이행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형법 제122조). 정부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 방치는 ‘정부는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노력한다’는 남북관계발전법의 기본정신에도 위배된다(제6조 제1항).

어려운 법리를 떠나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방치하는 정부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만일 고무풍선에 매달린 대북 전단 속에 국가기밀문서나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핵심 부품이 숨겨져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안에 무엇이 담겨져 있는지 정부는 검사를 해보았는가. 정부는 국가 안보라는 측면에서도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감시하고 통제해야 마땅하다. 정책이 법률에 우선할 수 없다. 정부가 정책적 편의에 따라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운영한다면 이는 입법자의 의사를 왜곡하는 것이고, 민주주의의 기초인 권력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김하중 |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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