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고위급 회담 성사로 단절의 시대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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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남북고위급 회담 성사로 단절의 시대 끝내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 4.

정부는 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열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선수단 참가 및 남북대화 의지를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정부가 대화 국면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평창 올림픽이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는 현실을 감안한 결과일 것이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는 단순한 체육 행사 참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평화올림픽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올림픽 개막식의 남북 동시 입장이나 북한 응원단 문제 등 남북 간 준비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차관급 회담을 거치는 절차 대신 곧장 장관급 이상의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것도 회담의 시급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남북회담 재개에 대비해 충실히 준비해왔다는 자신감도 내비친 셈이다. 북측 역시 김 위원장이 제의할 정도면 상당한 준비가 되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2년여 만에 당국 간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대화는 필수다. 이것이 바로 남북 모두 대화 단절의 시대를 끝내야 할 이유다. 남북대화는 천안함사건과 연평도 포격으로 2010년 대화가 중단된 이후 간헐적으로 재개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실상 8년 가까이 단절된 상태였다. 대화의 소중함은 대화 없는 시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했고, 이로 인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급기야 한반도 전체가 전쟁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대화는 최소한의 한반도 위기관리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물론 지금 대화 환경은 썩 좋지 않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이 압도하는 상황에서 자칫 남북대화가 고립될 수 있다. 만에 하나 남북대화와 제재가 부딪치지 않도록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우선 남북대화를 남북관계 전반의 회복으로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그다음 남북관계 회복이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북핵 해결책을 제시하고 주도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운전자’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대화의 시대를 맞이할 만한 준비가 돼있는지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협력적 자세가 특히 중요하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와 평화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남북대화는 김 위원장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증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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