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대화 포기하고 군사 대결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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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남북, 대화 포기하고 군사 대결로 갈 것인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5. 11.

최근 한반도에 대화의 흐름과 대결의 기세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처음으로 민간단체의 대북 비료지원을 허용했다. 지난 1일에는 지방정부의 남북 교류와 인도적 사업을 허용하고 이를 위해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또 6·15 공동선언 발표 15주년을 맞아 남북 민간단체가 서울에서 공동개최키로 한 기념행사도 승인했다. 북한도 오는 24일 세계 여성·평화 운동가 30명과 남북 비무장지대(DMZ)를 횡단하는 행사를 승인했다. 남한은 유관부처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한이 허용하면 여성·평화 운동가들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의미로 북측에서 남측으로 비무장지대를 걸어서 횡단할 예정이다.

그러나 북한은 개성공단 임금을 일방적으로 인상하고 남한 정부와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임금 인상 문제는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원회를 열어 협의한다는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에는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북측 ‘해상분계선’을 침범하는 남측 함정을 예고 없이 조준 타격하겠다고 협박하는 통지문을 보냈다. 하루 지난 9일에는 잠수함 탄도탄 수중 발사 사실을 공개하고 동해상에서 함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남북간 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조심스럽게 펼쳐지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대화를 향한 발걸음은 매우 느리고 소극적이며 주변적인 데 비해 남북 대결의 기운은 강해지고 있다. 특히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실험은 대화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한·미·일 3국과 대립하고 있는 북한은 북·중 정상회담도 못하고,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행사 참석도 포기하는 등 주변국과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실험은 이런 고립상태로 인해 초래되는 불안감에 북한이 반응하는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유엔 결의 위반인 그런 도발은 고립을 촉진하고, 그 때문에 더 큰 불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9일 전략잠수함의 탄도탄 수중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출처 : 경향DB)


남한은 남한대로 해상 초계기 확충, 후방지역 미사일 감시 능력 강화 등 더 많은 군비, 더 많은 무기와 첨단 감시 장비의 구매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북이 불안을 주고받으며 서로 키우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재개하고, 남북 대립 상태를 해소하지 않는 한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는 군비 경쟁으로는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남북은 더 효율적이고 비용도 적게 드는 현명한 불안 해소법을 찾아야 한다. 바로 대화다. 대화만이 평화와 안전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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