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더 이상 사죄하지 않겠다는 게 일본의 의도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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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더 이상 사죄하지 않겠다는 게 일본의 의도였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2. 30.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 측의 엇나간 언행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당국자들이 언급했다는 내용은 일본 언론 보도에 나타난 것으로 사실 여부가 확인된 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일본 정부와 여론 주도층의 인식은 과연 이런 합의를 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근본적 회의가 들게 할 정도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문제 더 사죄 안 한다”고 말했다는 보도는 상당히 자극적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도 그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베 총리가 합의문상의 ‘불가역’ 항목을 들어 “한국이 약속을 어기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끝난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무리 과거사를 부정하고 망언을 일삼아온 아베 총리라 하더라도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런 막말 수준의 발언을 했을 거라고 믿고 싶지 않다. 일본 정부가 합의문에서 위안부 문제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공언하고, 아베 총리가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힌 것을 벌써 잊었을 리 없다.

위안부 할머니 합의문말도안되는소리 “법적 배상하라”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타결된 직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_김정근 기자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것이다. 합의했다고 인권말살 행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죄와 반성을 약속하고 돌아서자마자 당사자들의 가슴을 할퀴는 언행을 한다면 인권 차원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아베 총리는 발언의 사실 여부 등 구체적인 진상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성 없는 합의를 했다는 의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평화의 위안부 소녀상 이전이 10억엔 출연의 전제조건”이라는 보도도 불편하다. 일본으로서야 ‘눈엣가시’를 제거하고 싶겠지만 뒷담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쯤은 모를 리 없을 터이다. 소녀상은 인권유린을 당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상징일 뿐 아니라 한국인의 자존심과 세계의 양심을 상징하는 기념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일본 외무성은 “이번 합의는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한 내용이 전부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다.

피해 할머니들과 한국 정부를 모욕하는 일본의 행태는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일본이 스스로 위안부 합의를 깨고 나아가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퇴행적 태도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어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안부 합의 무효를 선언한다”고 발표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합의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발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일본 측 언행이 없기를 바란다”는 윤병세 외교장관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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