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김양건 사망에 조의 표한 정부, 대화 상대에 예의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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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북 김양건 사망에 조의 표한 정부, 대화 상대에 예의 갖췄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2. 30.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북한이 어제 발표했다. 이에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북한 통일전선부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조의를 표했다. 정부가 북한 측에 공식적으로 조의를 표한 것은 2007년 백남순 외무상이 사망했을 때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보낸 이후 8년 만이다. 김 비서의 죽음에 신속하게 조의를 표한 정부의 조치를 평가한다. 그리고 김 비서의 명복을 빈다.

김 비서는 김일성 주석 이래 김정일·김정은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북한의 외교 및 대남 정책·사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그가 맡아온 직책은 남한으로 치면 국가정보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겸하는 자리다. 그는 남측의 여러 파트너들과 판문점과 서울, 해외에서 공개 또는 비공개로 만나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노동당 국제국에서 외교 정책을 담당하다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 부장으로 임명된 이후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크고 작은 남북 협상을 주도했다. 지난 8월 북한의 지뢰 도발로 남북한이 일촉즉발의 긴장 국면에 있을 때 북한 대표로 나서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그였다. 그와 여러 차례 만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온후한 인격과 인간적인 성품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저와 솔직한 대화를 많이 했던 분”이라고 애도한 것처럼 북한 내 온건파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그의 사망은 남북한 모두에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은 제1비서에게는 남북관계를 제대로 조언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북한 노동신문이 30일자 2면 절반을 할애해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사망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_연합뉴스


정부가 신속하게 조의를 표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대화에는 상대방이 있고, 그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게 옳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 인사의 죽음에 조의를 표하는 데 인색했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시 정부는 담화문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지만 공식적인 조의 표명은 아니었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타계했을 때는 조문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남북관계에 되레 악영향을 끼쳤다. 2003년 김용순 노동당 비서가 사망했을 때도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개인적으로 조의를 표했다. 김 비서의 사망이 남북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다. 정부가 조의를 표명하는 선에서 그쳤지만 내친김에 직접 조문까지 했으면 좋겠다. 김 비서의 사망은 애석한 일이지만, 남북관계에 온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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