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역 전쟁의 역설, 해외 이전하는 미국 할리데이비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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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무역 전쟁의 역설, 해외 이전하는 미국 할리데이비드슨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6. 27.

미국의 오토바이 회사 할리 데이비드슨이 유럽연합(EU)의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의 일부 생산시설을 국외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할리 데이비드슨의 생산시설 이전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EU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로 EU가 22일부터 미국산 철강, 오토바이, 청바지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것이다. 할리 데이비드슨의 EU 수출 관세는 6%에서 31%로 치솟아 대당 평균 2200달러(약 245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최대 철못 제조업체인 미드콘티넌트 스틸앤드와이어도 수입 철강 관세 25% 부과에 따른 철못 가격 상승으로 주문량이 격감하자 지난 15일자로 60명을 해고했다. 멕시코에서 수입한 철강으로 철못을 만들어온 이 회사는 6월1일부터 멕시코산 철강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주문량이 예년의 30% 수준으로 격감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란 테헤란의 최대 시장인 그랜드 바자르의 상점들이 25일(현지시간) 경제난에 항의하며 일제히 문을 닫은 가운데 사람들이 시장을 걸어가고 있다. 테헤란 _ EPA연합뉴스

 

자국산업을 보호하겠다며 일으킨 무역전쟁이 자국 기업과 노동자들의 피해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를 향해 던진 부메랑이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든 것이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할리 데이비드슨이 “백기투항했다”고 비판했지만 탓해야 할 것은 기업이 아니라 원인제공자인 자신일 것이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 여파로 미국 농가의 주요 수출품목인 대두 가격이 2년래 최저로 하락했고, 캐터필러, 보잉 등 중국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도 급락했다. 무역전쟁이 지속될 경우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가 꺾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무역전쟁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2일 EU가 보복관세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EU산 자동차에 20%의 고율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미국 상무부는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조사 중이다. 자동차 고율관세가 현실화되면 EU는 미국의 민감품목을 골라 보복할 것이 뻔하다. 미국이 수입 차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한국 자동차 산업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으로서는 미국 주도의 무역전쟁에서 얻을 것이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1일 베이징에서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때 “우리 문화에서는 (한 대 맞으면) 다시 때려서 갚아준다”며 “미국에 반격하겠다”고 했다. 치킨게임의 끝은 파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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