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유엔인권이사회 탈퇴는 국제규범에 대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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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미국의 유엔인권이사회 탈퇴는 국제규범에 대한 도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6. 21.

미국이 전 세계 인권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탈퇴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이사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고질적 편견과 반감을 갖고 있다”며 탈퇴를 발표했다. 그는 “심각한 인권침해국들을 이사국으로 앉히는 등 소굴이 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의 유엔 기구 탈퇴는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회원국 자격을 포기한 이후 이번이 2번째다. 유엔 창설 주도국이 스스로 만들고 주도해온 국제규범과 질서의 틀을 훼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의 탈퇴 이유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유엔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을 자주 비판해왔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사회는 2006년 출범 이후 이스라엘 비판 결의안을 70회 이상 통과시켰다. 비판 결의 2위 국가인 이란보다 10배나 많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에 의한 팔레스타인 시위대 유혈진압이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단순히 결의안 횟수만 갖고 따질 일이 아니다. 미국은 인권이사회의 편향을 거론하기에 앞서 이스라엘의 반인권적 행태를 지적해야 한다. 미국은 유네스코를 떠날 때도 반이스라엘 성향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물론 인권침해국들이 이사국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미국의 지적은 타당하다. 하지만 그것은 이사회를 개혁해 인권 증진 역할을 강화해야 할 이유가 될지언정 탈퇴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유엔 내부에서는 미국이 인권이사회를 떠나면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 인권 문제를 주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렇게 되면 인권이사회가 더 이상 세계 인권의 보호막 역할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의 행동이 전 지구적 인권 후퇴의 빌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주도한 파리기후변화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란 핵협정에서도 탈퇴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이익을 지킨다며 주요 국가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촉발, 미국 주도의 국제 자유무역 질서도 훼손했다. 자유주의적 국제규범은 미국과 세계가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구축한 국제 평화와 안정의 기둥이다. 아무리 강대국 대통령이라고 해도 이를 함부로 흔들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그런 규범을 제정하고 그로부터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미국이 이제 와서 부정하는 것은 자가당착일 뿐 아니라 자해 행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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