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기성 정치에 일격 가한 샌더스의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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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미국의 기성 정치에 일격 가한 샌더스의 선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2. 2.

미국 민주·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선거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주 당원대회(코커스)에서부터 이변이 연출됐다. 어제 실시된 코커스 결과 공화당에서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예상을 깨고 27.7%의 지지율로 여론조사 지지도 1위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눌렀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려온 트럼프는 3위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에게도 1.2% 차로 쫓기는 처지가 됐다. 민주당에서는 전국 지지도에서 앞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승패가 무의미할 정도로 코커스 사상 가장 적은 표차였다. 힐러리는 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샌더스는 열세를 만회하고 사실상 동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민주·공화 양당의 향후 대선 판도가 요동칠 것임을 예고한 서전이었다.

공화당의 첫 경선 결과는 트럼프 후보의 거품을 걷어냈다는 점에서 판이 자리를 잡아 간다고 볼 수 있다. 이민자와 무슬림 등에 대한 막말과 증오를 부추기며 선거판을 달구던 트럼프가 일격을 당해 주춤했기 때문이다. 아직 트럼프 우위가 무너졌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대세론이 깨질 가능성은 높아졌다. 공화당 경선이 트럼프보다는 쿠바 이민자의 아들로 극우성향인 크루즈 후보와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온건파 루비오 후보 간 대결로 좁혀질 공산이 크다. 이번 당원대회의 진정한 승자는 루비오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재벌 출신의 정치 문외한이 출사표를 낸 지 7개월 만에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것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보수당 지지자들의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뿌리 깊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코커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샌더스 후보다. 샌더스 후보는 8개월 전만 해도 힐러리에 비해 지명도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낮았다. 게다가 민주당 소속도 아닌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무소속이다. 그러나 샌더스는 더 이상 아웃사이더가 아니다. 어제 선거 결과로 민주당 대선 후보에 한걸음 다가갔다. 1주일 뒤 열릴 예정인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 지지율 조사에서 힐러리를 두 자릿수 이상으로 압도하고 있어 이곳에서 승리할 경우 대세를 거머쥘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기성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는 샌더스의 목소리가 일시적인 바람이 아니라 현실 정치를 변화시킬 만한 실질적 힘으로 등장했음을 뜻한다. 월가의 기득권을 깨고, 국민 전체가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그의 공약이 유권자들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도 입증됐다. 샌더스가 이렇게 약진한 것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정치 무관심층과 중도층의 참여를 이끌어낸 덕분이기도 하다. 어제 코커스에 처음 참여했다는 유권자 비율이 40%로 조사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8년 대선 때 일으킨 돌풍과 비슷하다. 소액의 정치자금에 의존하는 선거운동도 샌더스 지지에 힘을 보태고 있다.

2011년 반월가 시위 이후 불평등을 해소하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등장 역시 백인들의 좌절을 반영한 결과라는 점에서는 샌더스 돌풍과 맥락이 같다. 양극화 해소와 기성 정치의 개혁이 시대정신이라는 점을 아이오와 코커스는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아웃사이더를 주류로 바꿀 만큼 그들은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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