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안 통할 수 없지! 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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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국제칼럼]안 통할 수 없지! 샌더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2. 14.

급기야 샌더스가 일을 내고 말았다. 이달 초 미국 뉴햄프셔에서 치러진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를 제치는 이변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다. 관심 못 받았던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이라는 속어)이 관록의 힐러리를 제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그러나 말은 바른말을 해야 한다.

샌더스가 별 볼일 없는 사람이어서 미디어의 조명을 못 받은 게 아니라 미디어가 악의적으로 외면한 ‘미운 오리 새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외면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방해공작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대표적으로 진보 쪽 신문이라고 일컬어지는 뉴욕타임스조차 샌더스는 내팽개치고 대놓고 힐러리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던가. 주류언론까지 나서서 왜 그랬겠나? 샌더스가 누구한테 미움을 받았는가를 보면 대번에 그 답이 나온다. 월가와 대기업, 그리고 거기에 매수된 정치권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는 이들 손에 넘어간 지 오래다. 흔히 우리는 이를 ‘정경유착’이라고 말하는데, 미국의 정경유착은 우리네 생각의 한계를 훌쩍 넘길 정도로 부패의 끝판왕이다. 미국의 정경유착은 금권을 가진 극소수의 부자들이 완전히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를 ‘금권 과두정치’라 부른다. 이런 극소수 거부들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간 자들이 미국 국회의원 및 관료 그리고 대통령이며, 이들에 의해 미국은 샌더스가 말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를 맹렬히 비난하며 ‘정치혁명’을 부르짖으니 금권세력과 기존의 정치조직, 그리고 이들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미디어엔 눈엣가시일 수밖에. 해서 샌더스는 그들에겐 ‘미운 오리 새끼’일 수밖에 없고 폄훼와 무시의 표적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 두각을 나타냈으니 앞으로 샌더스에 대한 그들의 공격은 무지막지할 것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오른쪽)이 10일(현지시간) 뉴욕 할렘에서 저명한 흑인 민권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와 만나 식당으로 들어가면서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_AP연합뉴스


어쨌든 그런 온갖 방해공작에도 샌더스가 초반 경선에서 일단은 그들이 보험용으로 밀고 있는 힐러리를 한 방 먹였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바로 그런 어마어마한 금권세력의 방해공작을 능가할 정도로 그만큼 요즘 미국 중산층이 겪고 있는 곤경이 극심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것은 전 세계를 향해 “내가 제일 잘나가”하던 미국 중산층의 몰락과 붕괴를 의미한다. 특히 샌더스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고 있는 층은 청년들인데 요즘 이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극심한 청년실업과 막대한 학자금 부채의 짐에 짓눌린 미국 청년들이 ‘민주적 사회주의자’ 샌더스 돌풍의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다.

샌더스를 과격한 ‘극좌’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잡고 싶다. 그의 사회주의는 구소련식 전체주의적 공산주의가 결코 아니며, 그렇다고 북유럽식 사회주의엔 근처에도 못 간다. 그의 사회주의는 평범한 민주주의다. 도를 넘어선 미국 자본주의와 썩어빠진 정치권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그저 단순한 민주주의다. 그가 내세운 서너 가지 조건을 보면 이것은 명확해진다. 첫째, 고삐가 풀린 월가의 규제다. 월가 규제로 금권정치의 맹주로서 더 이상 정치와 미국 경제를 농단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최저임금의 인상과 성별에 따른 노동임금의 차등 철폐다. 셋째, 터무니없이 비싼 대학등록금을 낮추기 위해 먼저 우리식으로 말하면 국립대학인 주립대학 등록금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 재원은 월가에 세금을 물려서 한다. 넷째, 오바마케어는 사보험으로 중산층엔 비싸고 혜택도 별로 없으니 이를 갈아엎고 우리나라식의 공적 의료보험을 창설하겠다는 것이다. 재벌의 규제와 경제민주화 논의가 나오고, 국가장학금과 반값 등록금 정책이 비록 온전하지는 않지만 이미 시행 중이며, 전국민의료보험이 있는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해 보면, 이 정도의 정책을 미국에서 시행하겠다고 해서 샌더스를 극좌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녕 샌더스의 주장을 극좌로 본(몬)다면 우리나라도 분명 극좌의 사회(공산)주의 국가일 것이다.


김광기 | 경북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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