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러 합동군사훈련, 한반도 냉전 신호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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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북·러 합동군사훈련, 한반도 냉전 신호 아니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2. 2.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총참모장은 지난달 30일 “북한, 베트남, 쿠바, 브라질의 국방부와 대규모 군사회담을 갖고 육·해·공군이 참여하는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러 간 이례적인 대규모 합동군사훈련 계획 발표는 최근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일치한 결과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외교적 탈출로가 절실하다. 게다가 북한을 지렛대로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장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북한도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대러 관계 강화를 희망하고 있다.

북·러 군사훈련 자체가 냉전시대 북·중·러 3각 북방동맹의 구도를 재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3월 한·미 간 키 리졸브 연합군사훈련이 말해주듯 한·미동맹은 굳건하다. 게다가 한·미·일은 군사정보 공유 약정도 체결했다. 이렇게 한·미·일 남방 3각 동맹이 점차 뚜렷해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북·중·러 대 한·미·일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런 구도는 한반도가 냉전의 시대로 후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잠수함(위 사진)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로 실시된 공·해군 합동 해상목표물 타격 훈련에서 가상의 미 항공모함을 타격(아래 사진)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31일 이 사진을 게재하면서 시간과 장소를 밝히지 않았다. _ 연합뉴스


러시아에도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을 부추기거나 정당화해주는 것과는 반대의 길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증대시키는 쪽이 아니라, 북한을 주변국과 대화와 협상의 길로 유인하는 쪽이 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북·러의 군사훈련이 남한 및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북한의 관심을 떨어뜨리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주변국과 대립하는 북한’으로는 러시아의 한반도 영향력을 높이기도 어렵다.

북한도 러시아가 중·미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은 대중, 대미 관계 회복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미국도 냉전 구도를 방치할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북한 문제를 악화시키는 듯한 미국의 행태는 우려스럽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붕괴론을 공개 언급한 것에 대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미친개들과는 더는 마주 앉을 용의가 없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미국의 도발적 태도로 인해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대표와 북한 간의 대화 움직임도 무산되었다. 한반도에 냉전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한 당사국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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