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미 협상 분위기를 깨는 북의 미사일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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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북·미 협상 분위기를 깨는 북의 미사일 발사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10. 4.

북한이 2일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해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시험발사했다. 사거리는 450㎞로 비교적 짧았지만, 정점 고도가 910㎞로 높아 고각으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2000㎞를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이 “용인할 수 있다”고 밝힌 단거리 미사일을 넘어서 준중거리 미사일에 해당한다. 북한이 북·미 대화를 재개한다고 발표한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단거리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협상정신에 위배된다. 북한의 모험적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미 계획된 시험을 한 것인지 아니면 북·미 협상에서 체제의 안전보장을 최우선 의제로 삼기 위한 포석인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그 의도가 무엇이든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다. 우선 이번 미사일은 단거리의 범주를 벗어나는 데다 종류가 SLBM이다.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핵폭격기 등과 더불어 전략핵무기의 한 축으로 분류되는 위협적인 무기체계이다. 북한은 2016년 8월 사거리 500㎞의 ‘북극성-1형’ SLBM을 시험발사한 바 있는데 이번 미사일은 그 개량형인 ‘북극성-3형’으로 추정된다. 사거리를 늘린 이 개량형 미사일을 북한이 지난 7월 개발 중이라며 일부 공개한 대형 잠수함에 탑재한다면 그 위협은 더욱 커진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웬만한 미군기지는 모두 공격할 수 있어 미국에는 상당한 위협이 된다. 


현재 북·미는 실무협상 재개에만 합의했을 뿐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듯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전날 “조미(북·미)가 4일 예비접촉을 한 뒤 5일 실무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데 비해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미 협상을) 일주일 내에 할 것”이라고만 발표했다. 실무협상 결과에 대해 미국이 미심쩍어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SLBM 발사와 같은 행위는 미국 내 강경파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협상의 판을 흔들 수도 있다. ‘하노이 실패’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은 미국의 협상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위기에 몰려 있어 북·미 협상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가장 피해야 할 일이 오판이다. 모험적인 승부수가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는 패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북한은 더 이상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협상안을 다듬는 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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