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살얼음판 북·미 신경전, 대화의 판을 깨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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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살얼음판 북·미 신경전, 대화의 판을 깨서는 안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3. 18.

북한과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보름 넘게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강도 같은 태도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나서 “북한은 비핵화할 준비가 안돼 있다”며 미국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협상의 문을 열어놓은 점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자칫 한 발만 잘못 내디뎌도 협상이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는 백척간두의 형국에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오전(현지시간) 하노이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단독 정상회담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두 정상의 2차 정상회담은 합의 없이 종료됐다. 하노이 _ AP연합뉴스


미국이 주장하는 일괄타결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및 선 제재 해제 주장의 간극은 크다. 북·미가 서로 신뢰가 부족한 데다 비핵화 개념과 방법에 대한 견해가 달라 당분간 양측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다음 행동이 북·미 협상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다. 하노이 핵담판 후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한 강경 대응 유혹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부 단속에 나설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 재개를 선언할 경우 그 결과는 파국적이다. 협상이 위기에 처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 정세가 급속도로 악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 미국 내에서 협상 회의론이 커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 트럼프에게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언명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먼저 약속을 파기하면 정상국가 이미지도 물거품이 된다.


김 위원장은 4월 초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 즈음 북핵 협상에 대한 결심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북한이 미사일·핵 실험에 나서지 못하게 미국은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밝힌 대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북·미에 이어) 이번에는 남북 간 대화 차례가 아닌가 한다”면서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유치해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적절한 발상이다. 마침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도 강한 대북 제재로 인도적 지원에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에서 제외되는 철도연결사업 등 가능한 일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어떻게든 대화 모멘텀을 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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