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베, 한·일 정상화 50년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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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아베, 한·일 정상화 50년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2. 15.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 압승은 한·일관계, 나아가 동북아 안정에 좋지 않은 소식이다. 아베 총리의 승리가 자민당에는 반가운 일이겠지만, 주변국에는 불길한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선거에서 패배했더라면 주변국과의 갈등을 조장해온 외교정책을 성찰하며 화해를 적극 고민할 수 있었던 기회를 그의 승리가 앗아갔기 때문이다.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지 않은 그의 권력을 재확인한다는 건 한마디로 한국에 대한 일격이나 다름없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동아시아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이를 견제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는 일본의 아베 총리가 각각 내부 권력을 강화하는 현상은 화해보다 갈등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아베 총리의 승리가 일본에 좋은 소식인 것도 아니다. 어떤 권력이든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그런데 일본 민주당은 견제라는 소극적 권력도 행사할 수 없는 지위로 떨어졌다. 일본인들의 시선에 야당이 아베 정권의 대안이 되지 못한 결과이다. 이렇게 견제 없는 권력의 탄생은 아베 총리의 질주라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 전망이 우세하지만 실질적 득표율은 30%에 이르지 못한다. 아베 총리의 정책이 전폭적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그런데도 대내외 정책에서 밀어붙이기로 일관한다면 일본의 미래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자민당의 총선 승리 후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질문할 기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_ 뉴시스


아베 총리가 현명하다면 이 같은 승리의 이면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승리는 어떤 의미에서 조급증을 벗어나 여유를 갖고 대외정책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마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오스트레일리아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는 아베 총리가 주변국 관계를 더 악화시킨다면 미국에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아베 정권은 고립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총리가 승리에 취해 사리분별을 잃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아베 총리를 피할 길이 없게 됐다는 사실은 한국 정부로서 난감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아베 총리 상대하지 않기라는 소극성에서 벗어나 한·일 갈등 최소화를 위한 적극적 전략이 필요하다. 내년 한·일관계 정상화 50주년을 최악의 상황에서 맞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일 양국 모두 생산적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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