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생 132명을 살해한 탈레반의 악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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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학생 132명을 살해한 탈레반의 악마성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2. 17.

2012년 10월9일 파키스탄 북서부 마을. 무장 탈레반은 하굣길의 학교버스를 세우고 “누가 말랄라냐”고 물었다. 여학생들이 머뭇거리자 탈레반은 말하지 않으면 모두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때 15살 소녀가 나섰다. “내가 말랄라다.” 탈레반은 곧 총을 발사했고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쓰러졌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예전에 하던 대로 여자의 교육권을 주창하는 운동을 계속했다. 말랄라의 요구는 단지 “여자 아이들도 학교를 가게 해달라”는 것이다. 말랄라는 이 당연한 권리를 말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여자 아이의 75%가 학교에 가지 못한다. 이런 현실을 세계 앞에 고발하며 국제적 관심을 환기시켜온 공로로 말랄라는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의 노벨 평화상은 어떤 이유로도 아이의 교육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보편적 가치를 확인한 것이자, 세계가 교육을 부정하는 극단주의에 함께 맞서겠다는 연대와 공감의 표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탈레반의 야만적 행위는 2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말랄라를 죽이려 했던 바로 그 파키스탄 탈레반이 그제 북서부 페샤와르에서 똑같은 만행을 저질렀다. 군 부설 사립학교를 공격, 어린 학생 132명과 교사·교직원을 포함해 148명을 살해한 것이다. 이들은 교실 의자 밑에 숨어 공포에 떨고 있던 어린 아이를 찾아내 죽였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이걸 파키스탄군에 대한 보복이라고 발표했다. 단지 죽이기 쉽다는 이유로 아무 죄도 없는 그 많은 어린 생명을 보복 수단으로 삼는 행위는 짐승의 세계에서도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12년 10월9일 파키스탄 밍고라에서 하굣길에 탈레반으로부터 총격을 당한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들것에 실려나가고 있다. _ AP연합


어떤 종교나 신도 인간의 존엄성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인간 살육을 정당화하는 이념이나 종교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21세기의 야만인들은 신의 이름으로 인간이 최고의 악행을 저질러도 좋다는 허가장을 받아 놓은 듯이 행동했다. 그러나 종교나 신은 핑곗거리일 뿐이다. 그런 행위는 신과 무관한, 어리석은 인간의 탐욕과 눈 먼 욕망의 적나라한 분출에 지나지 않는다.

불행한 것은 이런 인간파괴 전문 조직이 지구상에 파키스탄 탈레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슬람국가(IS), 보코하람, 알카에다도 세계 곳곳에서 인간의 악마성을 마음껏 떨치고 있다. 지구적으로 활동하는 이들 인류의 적을 지구상에서 몰아내기 위해서는 인종, 문화, 종교, 정치제도의 차이를 떠나 인류가 하나로 연대해야 한다. 세계인이 각성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발호할 수 있는 빈부격차, 차별, 배제의 음습한 토양을 갈아 엎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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