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험에 처한 난민 구조에 유럽은 신속히 나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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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위험에 처한 난민 구조에 유럽은 신속히 나서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4. 20.

지난 2월11일 난민을 태운 어선 2척이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의 람페두사 섬으로 향했지만 대부분의 난민들은 섬에 오를 수 없었다. 섬에 도착하기 전 배가 바다에 침몰했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300여명이 숨졌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4월12일 난민선 한 척이 리비아 해안에서 뒤집혀 400여명이 익사했다. 다시 한 달쯤 뒤인 지난 18일 리비아를 떠난 난민선 한 척이 람페두사 섬에서 남쪽으로 약 193㎞ 떨어진 곳에서 전복됐다. 적어도 700여명이 사망했다. 20m 길이의 작은 배에 950명이 탔다는 증언도 있다. 300명은 밀입국 업자들에 의해 갑판 아래 짐칸에 갇힌 상태였고, 승객 가운데 여성이 200명, 어린이가 50명 정도 있었다고 한 생존자는 증언했다. 지중해 최악의 해상 사고였다.

많으면 수백명씩, 적으면 수십명씩 거의 매일같이 리비아와 람페두사 섬 사이의 지중해에서 난민들이 죽어가고 있다. 18일 사고를 제외하고도 올해 벌써 900명 정도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배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13만명을 구조한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지난주에만 11만명을 구조했다. 날씨가 풀리면서 중동 및 아프리카 난민들이 국가통제력이 무너진 리비아로 몰려 최소 50만명이 대기상태에 있다고 한다. 더 많은 위험, 더 많은 죽음의 행진이 예고되어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가 지난 12일 시칠리아섬 인근에서 사고를 당한 난민선 승객을 구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배는 550명을 태우고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향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_ AP연합


그러나 유럽연합은 그동안 이 인도주의적 재앙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난민이 갈수록 늘고 있는 데도 지난해 가을부터 순찰과 구조 활동을 3분의 1로 줄였고, 그 결과 5000명 구조라는 미비한 성과에 그쳤다. 전쟁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중동 및 아프리카인들이 생존과 더 나은 삶을 찾아 목숨을 건 탈출을 하는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을 세계가 방치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반인도적 행위이다. 마침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대책 마련을 위한 유럽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다음달 국경관리대책과 비용 분담 방안을 담은 종합 대책을 발표하는 일정이 있다. 유럽연합은 이 기회에 과감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난민 구출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더 이상 지중해가 위기에 처한 이들의 무덤이 되지 않도록 구조 활동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 비용을 대폭 늘려야 한다. 난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브로커들을 단속할 필요도 있다. 제도적 해결방안도 요구된다. 중동 및 아프리카에 현장 출입국 심사 기구를 두거나 합법적 이민의 폭을 넓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전쟁과 가난이 죽음에 이르는 길이 되지 않도록 세계는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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