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자리 한·일 관계, 속도 내는 중·일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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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제자리 한·일 관계, 속도 내는 중·일 관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5. 22.

일본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 총무회장이 3000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관광·문화 교류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 중이다. 민간교류 형식이지만 대표단에 기업인 외에 20명의 의원과 지방자치단체 관료가 포함된 것으로 미루어 양국 관계 개선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대규모 방문단 파견은 2012년 9월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면서 양국 분쟁이 격화된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중·일 양국은 또 내달 6일 베이징에서 3년 만에 재무장관 회담을 갖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양국은 지난 4월 인도네시아 정상회담 개최 이래 이같이 다차원적인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다. 한때 센카쿠열도 문제로 양국 간 무력충돌 우려까지 제기되었던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이 이런 접근을 가능케 한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23일 도쿄 미타 공용회의소에서 열린 한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기념촬영 도중 대화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러나 한·일 관계는 중·일 관계의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접견하면서 일본의 강제징용 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비판했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는 양국 관계가 여전히 과거사에 발목 잡혀 회복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박 대통령은 과거사와 양국협력을 분리 접근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지난주 박 대통령이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을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 그런 자세가 일부 엿보였다. 박 대통령은 역사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정상회담에 매우 적극적인 자세였다고 일본 언론도 주목했다.

하지만 여전히 양국 관계 진전의 기운은 약하고, 대립의 관성은 강하다. 그 때문에 중·일 양국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관계 회복에 나서는데 한·일 관계만 과거사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상태를 방치했다가는 한·일 관계, 중·일 관계에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 중·일 관계는 급속히 악화되어도 갈등과 협력의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관계를 복원하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그러나 한·일 관계는 악화 속도가 빠른 만큼 복원 속도가 빠르지 않다. 회복력이 매우 약한 것이다. 이런 낮은 반응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 대통령이 좀 더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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