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폼페이오 방북, 선 비핵화 논란 넘어 빅딜 계기 마련하길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폼페이오 방북, 선 비핵화 논란 넘어 빅딜 계기 마련하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0. 4.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7일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미 국무부가 발표했다. 이번 방북의 핵심 예상 의제는 비핵화와 상응조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 및 의제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을 당일치기로 방문한 뒤 서울로 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일정이 확정됨으로써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협상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경향신문DB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시기는 당초 관측보다 앞당겨졌다. 그만큼 성과를 내려는 북·미 간 의지가 강해 보인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우리가 북한행 비행기를 타고 대화를 지속할 만큼 자신감을 느낀다”고 한 것은 미국의 기대감을 엿보게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이 사전에 정해진 점도 양측이 물밑 대화에서 상당한 정도로 의견을 접근시켰으리라는 관측을 낳는다. 폼페이오는 지난 7월 3차 방북 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빈손으로 귀국했다. 8월에는 김 위원장과의 면담 계획이 아예 없었으며 결국은 방북 계획 자체가 취소됐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을 전후해 일본, 한국, 중국을 차례로 방문하기로 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관련국들의 협력을 구해야 하는 수준의 중대 의제가 논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 참관하에 영구 폐기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과 영변 핵시설 폐기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희망하는 일부 핵무기의 조기 폐기 방안이 협의될 가능성도 있다.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 북한이 요구해온 종전선언과 제재완화에 대한 밀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측 대화가 교착된 이후 미국과 북한은 각기 상대방의 요구와 기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비핵화가 ‘일방주의’식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고, 북한도 핵문제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체감했을 것이다. 북·미 협상 2라운드는 보다 현실적으로 상호 간의 요구를 거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선(先) 비핵화 없이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압박적 태도를 풀고, 북한도 국제사회를 납득할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제시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빅딜’을 이뤄내야 한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과를 내고,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의 로드맵을 마련하는 역사를 쓰게 되기를 기대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