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일 갈등,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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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한·일 갈등,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1. 8.

한·일 갈등이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한국 함정과 일본 초계기의 기동을 둘러싼 신경전이 보름간 이어지던 끝에 지난 6일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지시했다. 일제 징용 피해자들이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을 상대로 재산 압류를 신청하자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한 것이다. 최근에는 양국 누리꾼들까지 상대방에 대한 댓글공세로 가세하고 있다. 군사적 사안을 놓고 양국이 충돌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양국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데는 국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정권이 숙원인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화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과의 갈등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는 레이더 문제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공세를 아베 총리가 직접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일제 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 자산 압류 신청에 대한 국제재판소 제소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한일청구권협정과 무관하게 개인배상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사법부의 독자 판단을 무시한 채 행정부에 책임을 묻고 있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할 때 한·일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떨어지는 지지율을 독도 방문으로 만회하려다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정부와 정면충돌해 최악의 갈등을 노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 아베 총리 내각의 지지도가 40%를 턱걸이하는 정도로 떨어져 있는데, 오는 7월 개헌을 좌우할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갈등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면 양국관계를 결정적으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양국 간 갈등 중재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관순(뒷줄 맨 오른쪽)을 비롯한 이화학당 학생과 교사의 사진. 3·1운동에는 이화학당 등 여학교 학생들이 적극 참여했다. 국가보훈처 홈페이지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한·일 양국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갈등이 더 이상 심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양국 모두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우선 군사당국은 추가적인 공세를 자제한 뒤 증거를 토대로 초계기 근접 비행과 레이더 조사 여부에 대한 진상을 가릴 필요가 있다. 외교 채널도 적극 가동해야 한다. 특히 아베 정부가 외국 법원의 판결까지 부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공세가 한·일관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아베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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