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0만명 나선 홍콩시위, 시민의견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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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100만명 나선 홍콩시위, 시민의견 존중해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6. 14.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사태가 심각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9일 역대 최대 규모인 103만명(주최 측 추산)이 시위를 벌인 데 이어 12일에도 수만명이 거리로 나서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를 외쳤다. 홍콩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에 고무탄까지 동원하며 강경진압에 나서면서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이 시민들을 넘어뜨린 뒤 경찰봉을 마구 휘두르는 폭력 진압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했지만, 대체로 평화적이던 시위를 경찰이 과잉 진압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타당해 보인다.   


‘범죄인 인도 조례’에 반대하며 홍콩 입법회 건물 외곽에서 시위를 벌이던 홍콩 시위대가 12일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 가스에 휩싸여 있다. 홍콩 _ AP연합뉴스


홍콩 당국이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민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다. 2016년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책을 출판하고 판매했다는 이유로 홍콩 출판인 5명이 납치돼 중국 감옥에 감금된 일이 있었다. 이런 사태가 앞으로 합법적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시민들의 우려에 수긍이 간다. 


1997년 홍콩 반환 시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을 내세워 홍콩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일국양제’ 원칙은 그간 무난히 지켜졌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홍콩 통제가 강화되면서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시민 불만이 커졌다. 


12일 범죄인 인도 조례를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 대해 시민들이 격분하고 있다. 홍콩_AP연합뉴스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홍콩 당국에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라”며 “모든 당사자에 폭력 없는 대화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범죄인 인도 법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하며 외부세력의 선동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강경대응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 전체 인구의 7분의 1이 거리로 나설 정도라면 힘으로 눌러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중국과 홍콩 당국은 범죄인 인도 법안의 처리를 중단하고 시민들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당부한다. 일국양제 원칙이 침해되고 있다는 홍콩 시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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