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노후자금 2천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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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노후자금 2천만엔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6. 21.

일본 사람들 특히 노인들은 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노년을 보장한다는 약속이 허풍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발단은 지난 3일 일본 금융청이 채택한 ‘고령사회의 자산 형성·관리’라는 보고서다. 보고서는 65세 남성과 60세 여성 부부가 30년간 무직으로 살아간다면 공적연금 없이 2000만엔(약 2억17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19일 아사히신문은 “아베 신조 총리가 그런 보고서를 쓴 금융청은 바보라면서 화를 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2004년 집권 자민당이 ‘100년 안심’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연금개혁을 추진할 당시 간사장이었으니 발끈한 것은 당연했다. 이는 야당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연금개혁의 실패를 개인에게 떠넘긴다’ ‘말을 바꿔 공적인 책임을 포기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아베 총리가 격노한 다음날 아소 다로 부총리는 금융청의 보고서를 “정식 보고서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없던 일’로 하겠다며 여론 무마에 나선 것이다.


노후 문제는 한국이 더욱 심각하다. 국내 연금 전문가는 일본 방식대로 산정할 때 한국의 노후자금은 3억3000만원이라고 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노후준비 실태조사에서 나온 월 적정생활비(243만원)에서 각종 연금과 기타소득, 평균 저축액을 감안한 수입액(130만원)을 뺀 추정액이다. 한·일 간의 차이는 연금액에서 비롯된다. 일본의 공적연금액은 약 210만원이지만, 한국은 85만원에 그친다. 일본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18.3%인 반면 한국은 9%에 불과한 탓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연금개혁은 휴면상태다. 다음 세대가 더 큰 피해를 입을 게 뻔하다.


일본 보고서는 노후 대비를 위해 세 가지를 제안했다. ‘현역 시절’에는 매월 일정액을 장기간 분산투자할 것, ‘퇴직 전후 시기’에는 퇴직금과 연금수급액을 파악해 돈이 부족하면 집을 팔고 물가가 싼 지역으로 이사갈 것을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고령기’에는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만큼 금융자산을 정리하고 자산정보를 믿을 수 있는 사람과 공유하라고 했다. 한국의 노인들도 참고할 만하다. 노후생활도 각자 도생하는 길밖에 없는가.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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