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국의 ‘이이제이’ 전술, 역으로 이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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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시론]중국의 ‘이이제이’ 전술, 역으로 이용해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3. 12.

2014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이후 우리의 정계, 학계와 언론에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제(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논쟁의 핵심은 이 문제에 대한 중국의 불만과 압박을 어떻게 불식시킬 것이냐다. 중국의 불만은 사드 배치의 목적과 성격이 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중국은 사드가 기본적으로 대북 억지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사드가 전력화되면 자연스럽게 자국을 겨냥하고 견제하는 기능과 역할을 할 것으로 우려한다. 그리고 지난달 4일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중국 국방부장이 사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을 공식화했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가 중국의 압박 게임에 말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드 문제는 우리가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도 없고, 우리가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것이다.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진정으로 반대하면 미국과 담판을 해야 한다. 우리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우리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은 우리가 미국의 배치 의사를 저지하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즉 중국은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한 나라를 이용해 다른 나라를 제어한다는 의미) 전술을 통해 사드 문제가 해결되길 원한다.

중국의 이이제이 전술에 대한 기대효과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과도하게 의식하는 우리가 중국의 불만을 공론화시켜 국내에 분란을 일으키고 여론을 양분해 우리의 입장 정리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의 입장 정리가 지연될수록 동맹으로서 우리의 대미 신뢰도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중국의 ‘이이제이’ 전술에 말려들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한편에서 이를 즐기고 있다. 중국은 사드 논란을 부추기면 우리가 미국과의 동맹 딜레마에 빠지는 것은 물론, 중국을 의식한 나머지 논쟁이 결국 사대주의적으로 변질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이이제이’ 전술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드와 관련한 몇 가지 사실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면서 사드 논쟁의 공을 미국과 중국에 넘겨야 한다. 첫째, 사드는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되는 것으로 이에 국한된 사안이다. 우리 군사체계와는 무관한 사안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입장은 명확하다. 사드를 구매하지도 않고 이에 대한 운영권, 통제권과 지휘권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입장의 유효성은 주한미군기지에 우리 군의 통제권이나 지휘권과 무관한 무기와 무기체계가 엄청나게 배치된 사실로 증명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후 서울 용산 한미연합군사령부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출처 : 경향DB)


둘째, 한·미동맹조약이나 ‘주둔군 지위협정’(SOFA)에서도 드러났듯이 주한미군기지의 무기배치 과정에서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미국의 의무와 책임은 이에 대한 사실을 우리에게 통보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주권국가로서 간여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부분은 국내에서의 이의 수송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것도 미국의 요청에 한해서다.

마지막으로, 주한미군기지의 성격이다. 미군기지가 우리 영토에 존재하지만 우리에게는 제한구역(off-limit area)이고 치외법권지역이다. 주권국가로서 슬픈 현실이지만 주한미군기지는 우리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되는 사드는 절대적으로 미국만의 문제다.

중국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면 미국과 직접 해결해야 한다. 상기한 한·미동맹의 현실이 이미 사드 문제의 본질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이제이’ 전술을 우리가 역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주재우 | 경희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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