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강등 '다음 타자는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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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강등 '다음 타자는 프랑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8. 8.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돼 전세계 충격. 다음엔 프랑스 차례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미국이 최우량등급인 AAA(트리플A) 등급군에서 탈락한 가운데 그 다음으로 탈락이 가장 유력한 국가는 프랑스라는 시장의 여론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탈락에 이어 프랑스가 가장 취약한 AAA국가’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실으면서, 부도위험성을 기준으로 수익률이 정해지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거래에서 프랑스가 말레이시아나 태국, 일본, 멕시코, 체코 등보다 더 높은 비용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근거를 들었습니다.
몇몇 경제분석가들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이미 실질적으로는 트리플A 국가가 아니다”라면서 “미국은 기축통화 발행국가로서 사정이 급하면 달러라도 찍어낼 수 있지만 프랑스는 그럴 수조차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분석가들은 “트리플A국가를 가리키는 금융시장의 ‘핵심국가’군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핵심국가라고 하면 S&P, 무디스 및 피치 모두로부터 AAA 등급을 받고 있는 나라들을 가리키는데요. 유로존 국가 중에 그런 나라는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룩셈부르트, 네덜란드 6개국입니다. 하지만 그 중 프랑스는 탈락 대상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겁니다.


Rudolf Oultz watches the display board at the Australia Stock Exchange in Sydney, Aug. 8, 2011. /AP


-유럽에서 위험한 나라는 프랑스 뿐이 아니라는데.
 
유럽 채권시장에서는 독일 국채인 분트가 기준이 됩니다. 수익률의 차이를 ‘스프레드’라고 하는데요. 독일 국채와 수익률이 얼마나 차이가 나냐 하는 게 각국의 신용이 얼마나 되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로 통용됩니다.
이 점에서 보면 프랑스의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독일 국채와의 차이가 최근 엄청 벌어졌습니다. 그만큼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이고요.
물론 당장 S&P 등이 프랑스까지 손을 볼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난해말부터 올봄 사이에 3대 신용평가사들이 한 차례 등급심사를 하면서 프랑스는 트리플A라고 확인한 바 있거든요. S&P에서 유럽 경제분석을 담당하는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장 미셸 시스도 7일 프랑스 라디오 회견에서 “프랑스의 등급은 안정적이다”라면서 안심시키는 발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사례를 볼 때, 유럽국들도 안전하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영국의 금융전문가 닐 매키넌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프랑스 뿐 아니라 이탈리아, 벨기에, 심지어 영국도 신용 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며 우려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미국은 S&P의 강등조치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는데.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S&P의 신용등급 강등 결정을 “형편없는 판단”이라고 맹비난하면서 미국 국채는 안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이트너는 NBC뉴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S&P는 미국 재정상황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가 너무나 부족한 탓에 완전히 잘못된 결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S&P는 미국 신용등급을 깎으면서 정치권의 분열 같은 요인도 거론했는데요. 가이트너는 “미국은 워싱턴 정치권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강한 나라이고 경제도 탄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Treasury Secretary Timothy Geithner slammed Standard & Poor‘s on Sunday
as showing "terrible judgement" in downgrading the US credit rating for the first time ever. /AFP


토머스 도너휴 미 상공회의소 회장도 “S&P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방송에 출연해 “미국 경기가 바닥을 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래도 미국 채권은 여전히 안전한 투자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버드대 총장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경제학자 로런스 서머스도 CNN 대담에 나와서 S&P 결정을 비판하는 등 미국에서 경제에 대해 한 마디 하는 사람들은 총출동해 경제상황을 변호하고 나선 형국입니다.
하지만 이미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미국 내에선 가이트너 사임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일단 백악관은 7일 성명을 내고 가이트너가 계속 장관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퇴론이 더욱 거세질 것 같습니다.

-미국 경제는 2007~2008 금융위기 때보다 더욱 안좋아질 거라는 예측도.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하강하는 이른바 ‘더블딥’ 우려가 커지고 있죠. 그린스펀은 “당국이 결정만 잘 내리면 더블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당국이 앞서 내린 재정지출 축소안이 지금 최악의 국면을 만들어낸 셈이거든요.
뉴욕타임스는 8일자 인터넷판 기사에서 “지금 또다시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2007년말부터 시작된 침체보다 가계, 기업, 재정에 미치는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난번 경기침체가 시작됐을 때보다, 지금 미국의 경제가 훨씬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일자리입니다. 일자리 숫자는 4년전 미국에서 베어스턴스 파산 등으로 금융위기가 시작됐을 당시에 비해 680만개, 5% 가량 적습니다. 실업률은 당시 5%대에서 지금은 9.1%로 높아져 있죠. 이 상황에서 기업들이 감원에 들어가면 사람들의 고통이 얼마나 커질지는 불 보듯 뻔합니다. 부동산 시장도 부진에 빠져 있고요.

-미국 경기를 띄울 대책은 없는지.

당국은 지난번 여야 합의안에 따라 경기부양을 할 방법을 손에서 놓아버렸습니다. 재정지출을 줄인다는 게 결국은 경기부양 예산을 없애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출도 줄인다는 뜻이니 더이상 손 쓸 방법이 없다는 거죠. 전통적으로 Fed는 경기부양을 하려면 금리를 낮추는 방법을 써왔지만 금리는 이미 제로 수준이기 때문에 더이상 효과적인 도구가 되지 못하고요.
크레디스위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닐 소스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말을 했네요. “이번 침체가 지난번 침체보다 더 나쁠지 아닐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별로 답을 알고 싶지도 않은 질문이다.” 표현은 재미있지만 내용은 암울하죠.

-중국은 이 참에 서방을 공격하고 나섰다던데.

며칠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미국을 ‘세계경제의 기생충’이라 맹비난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들이 8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사태를 집중 공격하면서 중국식 발전노선을 홍보하고 나섰습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국과 유럽은 세계 경제 회복에 있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인민일보는 “벼랑 끝에 선 것은 세계 경제가 아니라 워싱턴의 정치”라며 “이번 사태는 경제위기가 아니라 사실상 정치위기”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정치권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대로 된 정치적 판단을 내리지 못해서 이 사단이 났다는 거죠. 일리가 있는 지적이긴 합니다. 미 정부가 과감히 세금을 늘려 재정위기 걱정을 줄이고 좀더 확신을 가지고 경기부양에 나섰으면 시장이 신뢰를 보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결국 미국 정치권은 표 계산만 하면서 그 반대로 갔으니까요.

인민일보는 또 유럽에 대해서도 “유럽 부채 문제가 장기간 해결되지 않는 것은 유럽 여러나라들과 유럽연합이 갈등을 빚고, 유럽 각국들 간에서도 충돌이 벌어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과감한 내수부양책을 써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자찬했습니다.
인민일보사가 발행하는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도 사설에서 “중국이 미국 뒤를 따른다면 영원히 미국의 흥망을 따라갈 것”이라며 중국은 자신만의 발전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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