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채한도 증액'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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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채한도 증액' 후폭풍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8. 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미국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고.
 
푸틴 총리는 1일 모스크바 인근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 "미국이 엄청난 부채를 쌓아가면서 세계 금융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미 정부가 타결시킨 부채한도 증액안을 지칭하는 거죠.
푸틴은 "미국은 빚더미 속에서 살고 있다"면서 “처지에 맞지 않게 살면서 그 책임은 다른 나라들에 옮기는 기생충처럼 행동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 발행국이라는 이유로 빚더미에 앉아 부담을 세계경제에 전가시키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심 통쾌해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푸틴은 “미국이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고 디폴트 위기를 활용한 걸수도 있다”면서 “다만 디폴트를 막을 정도의 상식과 책임감은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채협상 타결안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위기를 지연시킨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아 미 정부의 합의안은 훌륭한 결과물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에 독설 날린 푸틴 /AFP.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동안 러시아, 중국 등은 달러가 아닌 다른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는데... 그래서 푸틴이 주장하는 건 뭔가요. 

달러가 아닌 다른 기축통화가 나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 통화인 루블이 지역 단위에서는 기축통화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루블이 중국 위안화보다 안정적이고 신뢰도가 높고 교환도 자유롭다는 거죠.
푸틴은 2009년 금융위기 때에도 러시아는 자본 유출을 제한하지 않았고, 외화 보유고가 줄어드는 걸 감수하면서도 신뢰도를 유지했다고 자찬했습니다. 러시아는 옛 소련권 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내에서 루블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도록 하고 중국, 인도, 아랍국들로 사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제시해왔습니다. 

-중동 산유국들 쪽에서도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 산유국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협의회(GCC)는 쿠웨이트를 제외하고는 달러 연동 고정환율제, 즉 페그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가 계속 악화되고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이 나라들은 유가수입이 앉아서 줄어드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 그래서 달러 페그제 폐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UAE 등의 현지 언론들 통해 요즘 그런 주장이 많이 나옵니다. 달러가 예전의 위상을 다시 차지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 보이니, 달러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죠.
아직 산유국 정부들은 공식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고 달러 외에 아직은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유로화 등 여러 주요통화에 연동시킨 바스켓 제도 같은 걸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부채한도를 늘리며 미국이 계속 약달러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각국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는 거죠.
미국과 맞서고 있는 이란은 석유를 팔 때에 달러 대신 유로나 위안화 등 다른 통화를 받고 있습니다. 

-오바마의 부채한도 증액 합의안에 대해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도 혹평을 했다는데.
 
크루그먼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케인즈학파 경제학자죠. 크루그먼은 1일자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이번 타결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비굴한 항복”이라며 백악관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번 합의로 정부지출이 대규모로 삭감된 점을 집중 거론하면서 “미국의 현재 경제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크루그먼은 오바마 정부가 2009년 집권한 뒤 펼친 경기부양책을 지지해왔습니다. 경기침체를 두고보지 말고 정부가 마중물을 부어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는데요. 크루그먼은 이번 합의안이 아직도 침체상태인 경제에 더 큰 재앙이 될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제부터 살려야 할 판에 공화당의 압박에 밀려서 정부지출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비판입니다.
크루그먼은 이러다가는 미국이 '바나나공화국'으로 갈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바나나공화국이라는 것은 바나나 같은 농림수산업 1차산품 수출에 의존하면서 외국 자본에 휘둘리던 70~80년대 중미 국가들을 지칭하는 용어인데요. 미국도 공화당의 위협에 줄줄이 밀려 정부 역할 줄이고 연방정부 재정지출 줄줄이 삭감하고 중미 개도국들처럼 전락할 수 있다는 거죠.

-백악관 반응은.
 
크루그먼은 이번 칼럼에서 오바마가 계속 공화당에 패배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감세 연장해주면서 공화당에 항복했고, 올 봄에는 정부폐쇄 위협에 항복했고, 이번에는 국채상한 증액을 둘러싼 억지에 또 항복했으니 공화당은 앞으로 더욱 대담한 요구를 할 것”이라는 겁니다.
백악관은 즉시 반박했습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크루그먼 칼럼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 “절대로 그런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현명하게 협상을 타결지었으며, 합의안은 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 알려진 민주당 지지자이자 오바마 쪽과 심정적으로 가까운 편인 크루그먼이 이렇게 날 세우고 나선것에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찌 됐든 1일 하원 본회의 표결에서 여야가 합의한 국채상한 증액안은찬성 269표, 반대 161표로 통과됐습니다. 상원은 2일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할 방침이고요. 그러면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과 함께 발효되고, 국채상한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됩니다.

-보수성향 유권자 단체 '티파티'가 감세, 재정지출 축소를 주장해왔는데... 거기 맞서서 '부자증세 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고.
 
‘티파티’에 맞서 부자 증세를 주장하는 진보 성향의 단체 ‘아메리칸 드림 운동’이 피치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 운동을 이끄는 사람은 밴 존스 전 백악관 녹색일자리 고문입니다.
존스는 미 공영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인 대다수에게는 부채협상보다는 일자리가 더 중요하며, 최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물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회원은 12만7000명.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빌 클린턴 정부 때 수준으로 부자들 세금을 늘리는 것, 즉 조지 W 부시 정권이 실시한 감세조치를 당장 끝내야 한다는 겁니다.
동시에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책임감 있게 끝내기,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늘릴 것 등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등 미국의 갑부들도 이미 부시가 부자감세 조치를 할 때부터 부의 세습을 고착화시키는 말도 안 되는 짓이라면서 세금 많이 내기 캠페인에 나선 바 있는데요. 미국 경제 침체가 서민들에게 고통으로 다가오는 와중에 재정지출 줄인다면서 복지혜택은 더욱 축소하는 상황이 되니까 이런 운동에 힘이 실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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