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의 위험한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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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아침을 열며]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의 위험한 공통점

by 경향글로벌칼럼 2022. 10. 31.

한국에서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전직 대통령이 경호원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가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공산당 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경호원에 이끌려 돌발 퇴장했다. 일어나지 않으려는 후진타오와 완력으로 그를 일으키려는 경호원, 경호원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린 후 무표정하게 앞만 바라보는 시진핑과 모른 척 외면하는 당 간부들. 그리고 후진타오의 퇴장 장면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모두 삭제됐고 관련 언급도 완전히 차단됐다. 중국 내 사회적 파장도 전혀 없다. 시진핑 집권 3기 중국의 현실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다.

‘시진핑의,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을 위한 중국’을 보는 세계의 시선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 세계의 골칫거리가 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길을 시진핑이 따라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두 사람에게는 위험한 공통점이 있다.

누구도 그들을 제어할 수 없다. 시진핑은 개헌으로 3연임 제한을 폐지하고 영구집권의 길을 텄다. 최고지도부에서 자신과 다른 계파 인사들을 모두 퇴출하고 그 자리에 측근들을 채워 넣었다. 전통적 집단지도체제는 이제 유명무실해졌다. 임기도, 후계자도, 계파도, 원로도 없는 1인 천하 시대를 열었다. 사실상 21세기 중국의 황제라 할 수 있다. 이제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서 그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한때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 체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오히려 중국이 유사 북한 체제로 가고 있는 꼴이다. 푸틴 역시 2000년 대선에서 제2대 러시아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지금까지 장기집권 중이다. 그도 개헌을 통해 3연임 금지를 무력화시켰다. 형식적으로는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지만 사실상 종신집권이나 다름없다. 푸틴이 2018년 네 번째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국제사회는 차르의 부활을 우려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는 본래 영토를 되찾겠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모두 제국을 열망한다. 천년 이상 세계의 중심이었던 중국이 서구와 일본의 침략으로 수모를 겪은 굴욕의 역사를 와신상담한 시진핑은 다시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중국몽을 꿈꾼다. 그는 2012년 최고지도자가 된 직후 “누구나 이상과 목표가 있으며 꿈을 갖고 있다”면서 “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 가장 위대한 꿈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몽을 처음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리고 지난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 “누구라도 중국을 속이고 압박한다면 만리장성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며 중화 패권을 세계에 선언했다. 푸틴은 제2 유라시아 제국을 꿈꾼다. 러시아 혁명 성공 이후 70여년을 지속한 소비에트연방 시절은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제국의 시절이었다. 푸틴은 소련 붕괴 이후 허약해진 러시아를 서방이 무시한다는 불만을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2005년 의회 연설에서는 “소련 붕괴는 20세기 최악의 지정학적 재앙”이라며 유라시아 제국 부활 의지를 드러냈다. 크름반도 병합에 이은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 머릿속에 있는 큰 그림의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그들은 현상변경을 추구한다. 중화사상이나 유라시아주의 모두 서방의 가치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거부한다. 민족주의와 버무려진 제국 부활의 꿈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뒤집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를 추동한다. 구 제국 영토를 되찾겠다는 실지회복주의(이레덴티즘)는 그 일환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처럼 시진핑에게 대만 통일은 역사적 임무이자 중국몽 실현을 위한 필수 과제다.

결정적인 차이도 있다. 푸틴의 생각과 달리 러시아는 이미 초강대국의 힘을 잃었다. 호기롭게 쳐들어갔지만 8개월 넘도록 고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역설적으로 그런 사실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21세기 러시아 제국의 차르가 되려는 푸틴의 야망이 세계에 급성 위험을 초래했지만 혼란은 결국 수습될 것이다. 하지만 현존 국제질서를 바꿀 의지와 능력을 모두 가진 유일한 국가로 평가되는 중국은 러시아와 다르다. 세계를 중화질서로 재편하고 황제가 되려는 시진핑의 야망이 초래할 혼란은 예측불허다. 특히 한국 입장에선 앞마당이 전장으로 바뀌고, 최대 동맹국이 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푸틴의 임박한 위협보다 시진핑의 아직은 보이지 않는 위협이 더 심각하다.

<박영환 국제부장 yhpark@kyunghyang.com>

 

 

연재 | 아침을 열며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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