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마가(M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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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 마가(MAGA)

by 경향글로벌칼럼 2022. 11. 14.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더그 마스트리아노의 유세 차량에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과 함께 ‘진짜 미국이 마가(MAGA) 팀을 말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마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축약어다. 민주당은 트럼프 진영을 일컫는 멸칭으로, 공화당은 자신들의 자부심을 반영한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한 연설에서 “‘울트라 마가’ 의제에 대해 말해보겠다. 그것은 극단적이다. 마가와 관련된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듯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을 ‘울트라 마가(MAGA)’라고 칭한 것이다. ‘마가’는 트럼프의 2016년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영어 앞글자를 딴 말이다. 대선 구호였던 이 표현은 나중에는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경멸적 뉘앙스를 띤 인터넷 밈이 됐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 멸칭을 역으로 끌어안았다. 트럼프 후원단체인 ‘세이브 아메리카’는 지지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내 나라를 사랑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바라는 것이 잘못이라면, 그렇다. 우리는 울트라 마가가 맞다”고 했다. 트럼프는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본떠 ‘위대한 마가 왕의 귀환’이라는 이미지를 또 다른 밈으로 만들었다. 트럼프는 공화당 내 영향력을 바탕으로 지난 8일 의회 선거에 자기 사람을 대거 공천했다. 언론들은 그들을 ‘마가 후보’라고 불렀다. 

이번 선거는 결국 ‘마가’와 ‘안티 마가’의 대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중간선거는 대개 정권에 대한 심판 심리가 작용한다. 게다가 고물가 등 경제 상황 악화로 당초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마가 후보들은 생각만큼 선전하지 못했다. 애틀랜틱이나 뉴요커 등 민주당 지지 성향의 언론들은 ‘안티 마가 동맹’이 막판에 결집한 결과로 분석했다. 대법원의 임신중단 금지 판결을 주 차원에서 뒤집는 주민발의 투표가 함께 실시된 것도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트럼프의 판정패로 귀결된 셈이다. 

그렇다고 트럼프 현상이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트럼프와 같은 선동적 정치인을 싹틔우고 길러낸 미국 내 경제사회적 토양이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평등과 이민, 대외정책 등의 해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별다른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은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견제 등에서 트럼프 체제를 계승하고 있다. 거대 양당에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지 못하면 ‘제2의 트럼프’는 언제든 나타난다. 이는 비단 미국에 국한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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