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트럼프 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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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미국 대선 일기

[여적]‘트럼프 서프라이즈’

by 경향글로벌칼럼 2020. 10. 5.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스스로 확진 사실을 밝혀 전 세계에 긴급뉴스로 타전됐다. 전날 만찬 행사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끝이 보인다”고 말한 지 불과 몇 시간 후였다. 군 병원에 입원한 트럼프는 하루 뒤 “많이 좋아졌다”는 영상 메시지를 냈지만 언제 회복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이다. 74세 고령이고 비만 체형이라 고위험군에 속해서다. 입원 당일 산소호흡기를 썼다는 보도도 나왔다. 향후 48시간이 중요하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미국 대선 정국은 한순간에 혼돈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가족들의 유세까지 중단되고, 대선 캠프 핵심 인사들도 속속 양성 판정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이 선거전 막판 향방을 가르는 주요 사건을 뜻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미 언론들은 벌써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 트럼프가 회복한 뒤에도 후유증으로 후보를 사퇴하거나 심지어 트럼프가 죽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예상기사도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편인 조 바이든 진영도 웃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혼자 선거유세를 하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서다.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진 후에야 마스크를 착용했다. 트럼프는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카메라를 향해 애써 엄지척을 해보이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감기쯤으로 얕잡아보며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던 당당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트럼프는 수일 전 대선후보 1차 TV토론 때 바이든 후보에게 “큰 마스크를 매일 낀다”고 조롱했다. 확진자가 11명이나 나온 지난달 26일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 행사 때도 역시나 마스크 없이 참석자들과 가까이서 대화하고 악수했다. 마스크와 거리 두기를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바이러스는 인종과 종교를 가리지 않는다. 지위 고하도 따지지 않는다. 방역에 소홀하면 누구든 예외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은 이 자명한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트럼프의 코로나 감염이 워낙 황당해 가짜뉴스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병상의 트럼프는 또 어떤 대응을 계획하고 있을까. 어디로 튈지 궁금하다.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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