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북극 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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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북극 특사

by 경향글로벌칼럼 2022. 8. 29.

 

북극 덴마크령 그린란드 쿨루숙 섬 앞바다에 거대한 빙하들이 부유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6일(현지시간) 북극기후위기가 역설적으로 북극 개발에는 기회다. 걸프스트림 영향으로 북극 일부 지역 기온이 지구 평균보다 8배 상승하고 빙하가 녹으면서 기존 수에즈 항로보다 30% 단축된 북극 항로가 열렸다. 2조달러 이상의 광물자원과 전 세계 미개발 원유·천연가스의 약 25%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이 서로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촘촘하게 배치했던 북극에서 강대국들이 신냉전 패권의 샅바싸움을 벌이는 이유다.

미 국무부가 26일(현지시간) ‘북극 특사’ 신설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기존 ‘북극 조정관’에서 급을 올려 이해당사국들과 미국의 정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약 2조원의 헐값에 사들인 이후 북극은 대체로 미국의 관심 밖이었지만, 북극의 맹주 러시아와 ‘북극 실크로드’를 내건 중국이 손잡으며 상황이 변했다.

북극 개발은 쇄빙선 확보가 관건인데, 러시아는 세계 최대 쇄빙함대(41척) 보유국이다. 2007년부터 북극 전초기지도 늘려왔다. 기후변화 덕에 러시아가 수백년 열망해온 부동항(不凍港)의 꿈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중국은 북극에 영토가 없는데도 2017년 근북극권 국가라고 주장하며 판에 뛰어들었다. 해적 많은 인도양 항로를 보완할 교역로를 확보하고, 수산 및 천연광물 자원도 얻기 위해서다. 미국의 급소를 노릴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두 나라가 손잡으니 미국으로서는 골치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사실 미국의 초조함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은 쇄빙선이 고작 2대뿐이고, 북극 지역에서 전략적 항구가 없는 유일한 북극 국가다.

샅바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남극과 달리 북극은 이 지역을 둘러싼 명확한 국제규범이나 조약이 없다. 미국·러시아·덴마크·아이슬란드·노르웨이·캐나다 등 북극 8개국 정부 간 협의기구로 1996년 출범한 북극이사회가 있지만, 환경 문제 등을 주로 논의해온 터라 신냉전 갈등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 2013년부터 북극이사회 정식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고 있다. 쇄빙선을 확보하고 북극 항로 개발에 참여하면서 국익을 보호할 묘수를 찾아야 한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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