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산타클로스 금족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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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산타클로스 금족령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2. 26.

산타클로스의 유래는 분분하지만, 성 니콜라스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다. 소아시아 지역의 주교였던 니콜라스는 길을 가던 중 배고파 우는 세 부녀의 사연을 알게 됐다. 니콜라스는 가난한 그 집 안으로 금화 몇 닢을 던져놓고 사라졌다. 그의 선행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아이들이 특히 그를 따랐다. 니콜라스도 아이들을 좋아해 연말이면 어김없이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선물을 주었다.

 

니콜라스의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독일·네덜란드에서는 12월6일을 성 니콜라스의 축일로 제정해 기렸다. 성 니콜라스는 네덜란드어로 ‘신터 클라스’이고, 영어로 옮기면 ‘산타 클로스’다. 미국 시인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는 시 ‘크리스마스 전야’에서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아이들을 찾아가는 풍경을 담아냈다. 빨간 양말, 크리스마스트리, 순록 썰매 등 산타클로스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만화가 토머스 내스트는 이 시를 바탕으로 산타클로스를 삽화로 되살렸다. 하얀 수염에 통통하게 살이 찐 할아버지 산타는 이때 만들어졌다.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의 전령이다. 이제 산타클로스가 실제 인물인지, 굴뚝을 타고 들어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의 선행은 예수의 사랑과 겹쳐져 크리스마스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산타는 어린이에게 착한 행동을 보상해주는 크리스마스의 아이콘이면서 어른에게는 자비심을 일깨우는 성인이다. 세계인이 국가, 인종, 종교를 초월해 크리스마스를 축제로 즐기는 것은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줄 산타클로스를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중국이 ‘산타클로스 금족령’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중화권 언론은 중국이 올해 크리스마스 축제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워서도 안되고, 산타클로스 인형·양말을 파는 행위도 불허된다. 종교활동 참여는 더더욱 안된다. 산타클로스 금족령은 종교탄압의 생생한 사례다. 중국인의 종교활동은 공산당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한데, 시진핑 체제 들어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엊그제 시진핑은 40년 된 개혁·개방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는데, 하루 만에 거짓임이 들통났다. 중국 어린이들의 동심이 걱정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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