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중국 달 탐사선 ‘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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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중국 달 탐사선 ‘창어’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2. 11.

‘운모 병풍 앞 촛불이 환하다/ 은하수 희미해지고 새벽별 이울 때/ 항아는 불사약 훔친 일 후회하고 있겠지/ 푸른 하늘 바라보며 밤마다 홀로 지새우면서(雲母屛風燭影深 長河漸落曉星沈 嫦娥應悔偸靈藥 碧海靑天夜夜心).’ 시인은 은하수는 물론 새벽별까지 스러져가는 걸 지켜보며 밤을 새웠다. 그런데 자신의 고독은 약과였다. 영약 훔친 일을 후회하며 매일 밤을 보내는 달 속의 항아를 생각하니 위안이 된다. 당나라 문인 이상은의 시 ‘항아(嫦娥·창어)’다. 항아는 고대 삼황오제 가운데 한 명인 제곡의 딸이자 활의 명인 후예의 아내다. 전설에 의하면, 항아는 후예가 서왕모로부터 얻은 불사약을 훔쳐 먹고 달로 달아나 선녀가 되었다. 달의 주인인 항아는 달의 별칭이기도 하다.

 

이상은뿐 아니라 중국 시인·가객들에게 달은 창작의 단골 소재였다. 그들에게 달은 뭇별과 같은 행성이 아니다. 항아가 사는 궁전이고, 토끼와 두꺼비가 사는 토궁이요 섬궁이다. 그래서 달을 친구 삼아 술을 기울이고 얘기를 나눴다. 이백은 ‘월하독작’에서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벗도 없이 홀로 마신다. 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그림자 비쳐 셋이 되었네”라고 읊었다. 소동파에게 달은 소식을 전해주는 통신 기지였다. 먼 이역에 좌천된 시인은 ‘수조가두’에서 둥근 달을 바라보며 고향의 동생을 불러낸다. 그리고 달이 차고 기우는 것처럼 인생에도 곡절이 있다며 이별을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런가 하면 대만 가수 덩리쥔은 ‘월량대표아적심’에서 “저 달이 내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속삭인다.

 

세상이 바뀌었다. 중국에서 달은 더 이상 칭송의 대상도, 그리움의 상징도 아니다. 시인은 달을 노래하지 않는다. 달은 정복 대상인 ‘웨치우(月球)’일 뿐이다. 2007년 ‘창어(嫦娥) 1호’ 발사에 성공한 중국은 2~3년을 주기로 두 번째, 세 번째 탐사선을 달에 보냈다. ‘창어 3호’는 달 표면에서 이틀간 탐사활동을 벌여, 세계 최장 기록을 세웠다. 지난 8일에는 ‘창어 4호’를 쏘아올렸다.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을 탐사하는 게 목표다. 임무에 성공하면 또 하나의 기록이 된다. 중국의 우주굴기가 놀랍다. 한편으로는 탐사선 ‘창어’가 달의 선녀 ‘항아’까지 몰아내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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