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인터폴 총재 실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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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인터폴 총재 실종 사건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0. 11.

2016년 여름, 중국 공안의 2인자인 멍훙웨이(孟宏偉)가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Interpol)’ 총재 후보로 출마했을 때 국제사회는 고개를 갸웃했다. 1984년 대만을 옵서버로 밀어내며 인터폴에 가입한 이래 소극적으로 활동해온 중국이 갑자기 총재 후보를 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당시 중국은 회의에조차 잘 참석하지 않던 터였다. 하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멍 총재는 임기 4년의 인터폴 수장 자리를 꿰찼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국가들의 경찰 고위직을 초청해 선거운동할 자리를 깔아줬다. 회원국 기여금으로 운영되는 인터폴로서는 중국의 막대한 지원 약속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중국의 인터폴에 대한 관심은 시진핑 주석의 부패 척결과 궤를 같이한다. 해외 도피자들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인터폴의 활용 가치를 눈여겨본 것이다. 해외 소수민족 활동가들의 동향 파악에 인터폴 정보망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멍 총재 당선 이듬해인 2017년 베이징 인터폴 총회에서 드러난다. 시 주석은 장장 30여분간의 연설에서 “중국이 국제 형사 공조에 미온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를 일소하고 공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일종의 ‘공안굴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멍 총재의 인터폴 장악은 쉽지 않았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멍 총재를 미주와 유럽 국가들이 견제했다. 특히 멍 총재와 독일 출신 위르겐 슈토크 사무총장 간 치열한 ‘인터폴 내 암투’는 진행 중이었다.

 

그런 멍 총재가 지난달 부인에게 칼 모양의 이모티콘과 함께 ‘내 전화를 기다려’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연기처럼 사라졌다. 은신한 범죄자를 찾아내는 국제경찰이 자기 조직의 총수를 찾아야 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부인이 기자회견을 한 뒤에야 중국 공안이 그의 구금을 확인했다. 멍 총재의 체포를 실각한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과 연관시키는 시각이 많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렇게 공들여 따낸 국제기구 수장 자리를, 국가 체면을 구겨가면서까지 버려야 할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시 주석의 권력기관 장악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방증인 것만은 분명하다. 또 어떤 흑막과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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