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낙하산'을 없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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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낙하산'을 없앤다고?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1. 27.
일본 정부가 ‘낙하산 인사 감시기구’를 만들고 낙하산과의 싸움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낙하산 인사란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관련 기업이나 법인의 고위직에 재취업하는 것이죠. 더 말해서 뭐하겠습니까마는. 일본에서도 수십년 간 관료사회에서 관행적으로 횡행하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아왔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27일 정부가 공무원의 인사와 관련한 민원을 처리하고 낙하산 인사를 감시·조사하는 ‘인사공정위원회(가칭)’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정부의 독립기관으로 공무원 인사 업무를 담당해 온 인사원이라는 기구가 있었는데, 이것은 설치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공무원제도개혁 관련법안을 오는 3월 정기 국회에 제출해 처리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낙하산 인사와의 싸움을 벌인다는 걸까요.

사실은 이미 내각부에 관련 감시기구가 있기는 있습니다. ‘재취직 등 감시위원회’라는 건데, 이게 그동안 유명무실해졌던 모양이네요. 신설될 인사공정위원회는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조사 권한을 갖는 ‘재취직등 감시·적정화위원회’를 두어 낙하산 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합니다. 




그동안 낙하산 인사의 배경이 돼 온 것 중의 하나가 정부의 구조조정이었습니다. 정부가 방대한 관료조직을 정리하기 위해서 조기퇴직을 권장해왔는데, 오히려 이것이 다른 기관으로의 낙하산 인사를 조장한다는 얘기가 있었던 것이죠. 
정부는 공무원의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하고, 연금을 받는 나이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쪽에 주력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일본의 ‘낙하산’은 어떤 식으로 이뤄졌을까요.

일본도 우리랑 조직문화가 비슷해서, 중앙 성·청 공무원의 경우 후배가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거나 동기가 공무원의 최고봉 격인 사무차관에 오르면 현행 60세 정년이 되지 않았더라도 퇴직을 합니다. 

그 대신 사실상 이들에게는 독립행정법인들에 다시 취업할 수 있는 자리가 보장됩니다. 독립행정법인이란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시절 방대한 정부 규모를 줄이되 민간에 완전히 내놓기 힘든 일들을 할 기관이 필요하다면서 설립한 공공기관들입니다. 우리의 공사와 비슷한 조직들로 보면 될 듯하네요. 
당초엔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고 개혁 차원에서 신설했는데 오히려 낙하산 처리기관들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일본의 낙하산 관료들은 연봉이 얼마나 될까요.

법인,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연봉은 1억엔 안팎인 게 보통이고, 몇 년간 근무하다가 다른 자리로 옮기는 ‘와타리(건너가기)’도 할 수 있습니다. 이직 때마다 고액의 퇴직금이 나오는 덕분에 엄청난 금전적 이익이 돌아간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낙하산은 능력에 따른 인사가 아니고 연줄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관제담합, 수의계약, 세금 낭비 등 부작용이 끊임없이 지적돼왔습니다.
 특히 일반 기업으로 갈 경우, 낙하산 인사를 받는 법인들도 결국은 이들이 든든한 ‘백줄’이 되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겠지요. 수의계약으로 정부의 공공사업을 발주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감독 관청의 감시도 느슨한 편이어서, 낙하산 인사가 “관제담합의 온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낙하산 인사가 숫자로 봤을 때엔 어느 정도나 될까요.

2008년 인사원 통계에 따르면 공공사업을 쥐고 있는 국토교통성의 낙하산 인사가 205명으로 가장 많았고, 재무성(67명), 국세청(42명)이 뒤를 이었습니다. 3개 부처의 낙하산 인사는 전체 낙하산 인사(468명)의 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권 많은 이런 부처들이 이른바 ‘물 좋은 자리’인 것이죠. 
민주당 정책자료집 2009년판에 따르면 2만5245명의 국가공무원이 독립행정법인과 공익법인 등 4504곳에 낙하산으로 내려가 현재 일하고 있습니다. 
또 2007년에만 이들이 취업한 단체에 12조1334억엔이 지원됐습니다.

낙하산을 근절시키겠다는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과거 고이즈미 정권도 2006년 낙하산 인사 관행을 바꾸겠다며 떠들썩하게 종합 대책을 발표했었지요. 
퇴직 공무원이 재직 중 맡았던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업이나 공익법인에 들어갈 경우 ‘부정행위’ 발생 여부를 감시하는 전문가 기구를 내각부에 설치한 것인데요. 이게 앞서 말한 ‘재취직 등 감시위원회’라는 건데, 유명무실해졌다고 말씀드렸죠. 

낙하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인 40대 이상 공무원 조기권고퇴직 관행을 바꾸기 위해 공무원들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전문스태프직’ 제도를 신설했습니다. 지금 민주당 정권이 하겠다고 하는 방안들, 그 때도 얘기 나왔던 것들인 셈입니다. 

민주당은 첫 정권교체에 성공한 2009년 8월 총선 때 ‘낙하산 전면 금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지금 칼을 빼들었지만 잘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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