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동아시아의 활로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정동칼럼]동아시아의 활로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0. 12.

최근 국제통화기금은 구매력지수 기준으로 볼 때 중국의 GDP가 17조6000억달러에 이르러, 미국(17조4000억달러)을 제쳤다고 발표했다. 2019년에는 이 수치가 26조9800억달러로 늘어나서 미국에 비해 20%나 더 커질 것이란다. 언론들은 미국이 142년 만에 정상에서 내려왔다고 자못 비장하게 보도했다.

언제가 될 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앞으로 중국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이런 발표는 중국 경제가 지금 어떤지 살펴보게 만든다. 실로 중국이 기침하면 전 세계가 감기에 걸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다 알다시피 중국의 지방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는 그다지 믿을 만하지 못하다. 2012년 지방정부가 발표한 GDP 통계를 합치면, 국민계정상의 GDP를 9000억달러 이상 초과했을 정도다. 2007년 리커창 랴오닝성 당서기는 미국 대사에게 자신도 중국의 GDP 통계를 믿지 않는다고 실토했다. 현실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려면 전력 소비량, 은행 대출, 철도화물 운송량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탄생한 용어가 ‘리커창 지수’이다.

현재 이 지수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전력 수요 증가율은 2014년 8개월 동안 4% 이하로 떨어졌다. 이 수치가 경제성장률보다 낮아진 것은 이례적이다. 한편 2008년 GDP의 150% 수준이었던 신용은 금년 들어 축소되고 있다지만 현재 200%를 훨씬 넘긴 상태이고, 중국의 총투자율은 50%를 넘어섰다. 2013년 소비 주도, 서비스 주도 경제로 이행하겠다는 3중전회의 선언이 머쓱해질 만하다.

리커창 총리는 자기 이름을 딴 지표를 보면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실물생산은 정체되어 있는데 투자가 7.5%라는 성장률 목표를 메우고 있다. 그러나 전체 투자의 3분의 1이 넘는 부동산 부문이 마냥 부풀어 오를 수는 없으며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의 부실투자 역시 방치할 수 없다.

물론 이런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툭하면 터져나오는 서방의 호들갑은 식상하기까지 하다. 나는 중국 정부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며 경제가 나선형으로 급전직하하지 않도록 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1980년대 초반 한국의 전두환 정부보다 더 확실하게 경제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3중전회의 야심찬 계획이 비틀거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성장률도 7%를 넘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문제일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 왼쪽)가 리커창 중국 총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_ AP연합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홍콩을 합치면 전체 수출의 30%가량을 차지한다. 금년 들어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였고 전체 수출 증가율 역시 3%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 경제는 거품경기라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락가락하고 유럽과 일본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나 한국 모두 과거와 같은 수출 호황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 중국 정부나 한국 정부 모두 가계소득이 늘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제 소득주도 성장이 동아시아의 활로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임금이 올라야 한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최고임금도 설정할 수 있다. 노동조합이 강화되어야 하고 적용률 역시 프랑스처럼 확대해야 한다. 부자들에게 증세해서 복지를 늘려야 한다. 요컨대 하위 50%의 소비가 늘어나야 한다. 동아시아의 치솟는 불평등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동아시아는 기후온난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생태투자는 급격한 성장률 하락을 막는 데 적격이다. 보건과 교육에 대한 투자는 경제학자 누구나 인정하는 가장 효율적인 장기 투자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진력하는 것이 곧 우리가 살길이다. 반면 지금 양국 정부가 의존하고 있는 부동산 거품은 우리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것이다.


정태인 | 칼 폴라니 사회경제硏 창립 준비위원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