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미 제네바 합의 20년, 북핵개발 계속 방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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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북·미 제네바 합의 20년, 북핵개발 계속 방치할 건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0. 12.

오는 21일 북·미 제네바 합의 20주년을 맞는다. 북한이 아무런 제약 없이 핵개발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최근 현실에서 제네바 합의는 재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제네바 합의는 북핵 폐기를 못 박지 못한 한계, 핵 동결에 상응하지 않은 과도한 보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북한의 핵 활동을 중지시켰다는 사실을 저평가해서는 안된다.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최근 “만일 제네바 합의가 없었다면 북한이 2000년까지 매년 핵무기 40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생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화가 완전한 해결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도 한·미는 북한과의 대화를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제네바 합의의 교훈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지도자와도 손을 잡겠다고 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기피하고 있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북한은 영변 핵 시설을 재가동, 핵무기 여러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라늄 농축 시설도 지속적으로 확충,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핵실험도 세 차례 했다. 핵 운반 수단인 미사일 개발도 지속했고 이제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20년 전 북.미 제네바핵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는 로버트 갈루치 대표와 강석주 북한 외교부 부부장(오른쪽) (출처 : 경향DB)


이런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고도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는다는 전략적 무시, 아니 방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비핵화를 포기하고 비확산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북한이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한 것도 ‘오바마의 무관심’ 때문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는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다. 그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갈루치 전 특사가 말한 대로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나서야 한다. 비핵화는 협상의 결과로 얻는 것이지 협상의 조건이 될 수는 없다.

한국 정부도 한가하게 오바마 행정부의 뒤에 물러서서 미국을 따라가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지금 북핵을 관리할 수 있는 아무런 틀이 없다. 북핵 위협에 대비한다며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인 사드(THAAD)를 도입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북한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미국에서 사들이는 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한국은 북핵 문제의 당사자다. 북핵 문제를 위한 구체적 해결책을 세우고 미국이 대화로 전환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아무런 대책 없이 북핵 비난을 반복한다고 북핵 해결 책임에서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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