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불황 타개책, 불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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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

중국의 불황 타개책, 불야성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2. 13.

중국 톈진시 상무국장은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 황금연휴(2월4~10일)를 앞두고 베이징으로 ‘야간견학’을 왔다. 날이 저문 후 진행된 상무국장의 견학 루트는 술집이 밀집한 지역에 집중됐다. 이국적인 카페와 술집이 모여 있는 ‘베이징의 이태원’ 싼리툰 거리와 호수를 끼고 라이브바들이 성업 중인 호우하이를 둘러봤다. 그는 견학 후 “베이징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톈진의 야간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면서 6개 야간경제 시범거리 조성, 심야영업 브랜드 육성 계획을 밝혔다. 톈진시를 ‘불야성’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중국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다음달 초 소집을 앞두고 지난달부터 지방 전인대 회의가 한창이다. 올해 각 도시의 핵심 정책을 논의하고 수립하는 지방 전인대의 최대 화두는 하나같이 불야성 만들기다. 톈진의 롤 모델 베이징도 야간경제 활성화에 소매를 걷어붙인 상황이다.

 

베이징시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한 야간소비 촉진책을 내놓고 주요 골목 상권과 상가, 슈퍼마켓, 편의점의 영업시간 연장을 독려했다. 2020년까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편의점을 5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10군데의 특색 시범거리를 조성하고 100개의 프랜차이즈 기업을 육성해 야간소비 진작에 나서고, 이에 부합하는 농산품 도매시장, 노포 등에 각 10만위안(약 1654만원)의 보조금도 지급한다. 상하이시 정부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심야소비 촉진을 위해 야시장 4~5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충칭시는 2020년까지 전국적 명성을 가질 수 있는 야시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역시 핵심은 야간경제 촉진이다.

 

중국은 야간경제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쇼핑, 요식업, 관광, 엔터테인먼트 등 3차 서비스 경제활동으로 규정한다. 생활패턴 변화로 도시 인구의 60% 이상이 야간에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시드니는 2017년 기준 야간경제 규모가 40억달러(약 4조4960억원)를 넘었고, 영국 런던은 야간경제로 1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통계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주가 하락, 부동산 가격 침체, 실업률 증가를 겪으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중국으로선 이보다 좋은 처방전이 없다. 경제활동 시간을 늘려 각종 시설 이용률을 높이고 고용 증대, 서비스업 확장, 관광객들의 소비지출 확대를 노리는 것이다. 대도시 회사원들의 퇴근시간이 늦고 올빼미족의 증가로 심야식당과 심야쇼핑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좋은 이유다.

 

베이징에는 자금성, 이화원 같은 유서 깊은 곳이 많아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린다. 그러나 타 도시에 비해 관광객 1인당 평균 소비액이 낮은 원인을 ‘밤소비’ 부족으로 보고 심야 문화예술 공연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대도시들이 앞다퉈 야간경제 부흥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 주도의 불야성 정책에는 여러 한계가 보인다. 심야에 여는 식당과 상점이 늘어나더라도 대중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이 문제다. 야시장을 늘리기 전에 심야버스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요식업계 관계자들은 야간영업 보조금보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시간을 연장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오랫동안 꺼져 있던 심야식당의 불을 켜기 위해서는 제반 여건이 우선이다.

 

베이징, 톈진 등은 북방 지역 특성상 겨울이 길고 일교차가 크다. 대부분의 식당과 상점이 오후 10시면 문을 닫는 이곳에서 불야성은 낯선 문화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심야에도 나와 지갑을 열게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는 심각한 상황에서 야간경제는 좋은 대안이다. 그러나 빛을 보기 위해서는 중국 당국의 세심한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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