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먼다오와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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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

진먼다오와 JSA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1. 14.

대만 진먼다오(金門島)에는 도교사원이 편의점처럼 펼쳐져 있다. 과다출점된 서울의 편의점같이 ‘길 건너 하나’꼴이다. 진먼다오가 ‘도교사원 왕국’이 된 것은 지리적, 역사적 요인이 크다. 서울의 4분의 1 정도인 152㎢ 면적의 진먼다오에는 12만명이 살고 있다. 중국에서는 1.8㎞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대만과의 거리는 210㎞에 달한다. 이 때문에 대만 국민당의 최후의 보루이자 중국 공산당과의 최대 격전지였다.

 

1958년 8월부터 10월까지 중국군은 포탄 47만발을 진먼다오에 쏟아부었다. ‘진먼 포전’이라고 부르는 이 대규모 전투로도 중국은 진먼다오를 얻지 못했다. 비 오듯이 쏟아지는 포탄에 어찌할 수 없었던 주민들은 그저 신앙에 의지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었을 것이다. 불로장생을 지향하는 도교로 마음의 평안이라도 찾아야 했을 것이다.

 

종교와 신앙의 힘에 의지해 살 수밖에 없었던 이곳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다. 1990년 이후 대만 정부의 정책 전환으로 양안 간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면서 진먼다오에도 기회가 왔다.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이 이뤄진 후 급물살을 탔다.

 

중국과의 치열했던 전쟁의 흔적은 관광지 개발의 원동력이 됐다. 8·27 전쟁 역사관에는 진먼 포격의 흔적을 담았다. 당시 치열했던 전투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수많은 사원들을 지으며 피해가기만 바라던 포탄도 훌륭한 자산이 됐다. 진먼 포격전에 사용된 포탄의 몸체는 단단한 경금속으로 이뤄졌다. 진먼다오 주민들은 이를 재활용하여 식칼을 만들었는데 포탄 나이프로 알려진 이는 진먼다오의 대표 상품이다. 진먼다오는 포탄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땅굴을 팠다. 이 금성민방갱도 등 당시 만들어진 땅굴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유명장소가 됐다. 매년 5월에는 도교사원 순례여행도 이뤄진다.

 

진먼다오 주민의 대부분이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식당·숙박·관광 등 3차 산업 비중이 54%, 진먼고량주·포탄나이프 등 제조업 종사자들이 43%에 달한다. 시내 곳곳에 있는 기념품점에서는 대만 군인의 군화를 본떠 만든 신발을 판다. 전쟁과 관련된 모든 것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됐다.

 

중국과 가까워 전쟁의 포화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진먼다오지만 현재는 샤먼(廈門)과 가까운 이점 때문에 되레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중국에서도 유명 관광도시인 샤먼에서 배로 30분밖에 걸리지 않아 연계한 상품이 인기다. 중국인들이 대만을 가려면 통행증을 따로 만들어야 하지만 진먼다오는 신분증과 사진 등만 있으면 여행사에서 쉽게 방문증을 만들 수 있다.

 

2015년에 진먼다오에 2만㎡의 아시아 최대 면세점이 들어선 것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곳은 매년 25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이 중 3분의 1 정도가 중국인 관광객이다.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진먼다오 주민들은 이제 포탄을 “마오쩌둥의 선물”이라고 부른다.

 

남북은 군사분야 합의에 따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조치 후 관광객들과 참관 인원들의 자유왕래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달 중 JSA 왕래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과 분단의 역사는 아픈 기억을 고스란히 담은 JSA지만 훌륭한 안보견학 장소가 될 수 있다. 한반도 전쟁과 휴전의 중요한 장소인 JSA는 1976년 북한의 도끼 만행 사건 후 경계가 강화됐다. 이곳을 자유롭게 왕래하게 되면 남북 간 긴장완화는 물론, 분단 현실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의 국제적인 여론을 이끄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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