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가리비 실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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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특파원 칼럼

[특파원칼럼]가리비 실종 사건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2. 7.

중국 장쯔다오(獐子島)의 가리비가 ‘또’ 사라졌다. 수산물 양식 전문기업인 장쯔다오는 지난주 업무 실적 보고에서 일부 해역에서 양식 가리비 재고 이상이 발견돼 최대 7억2000만위안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약 1246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상장 기업인 장쯔다오는 실종 관련 전과가 상당하다. 2014년 10월에는 100만여 미의 가리비가 한류(寒流) 영향으로 패사해 8억위안의 영업 손실을 냈다고 보고했다. 이듬해에도 160만 미의 가리비가 실종됐다고 신고했다. 대량의 가리비가 연이어 실종되는 사건으로 장쯔다오에 투자한 주주들은 애먼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가리비 실종 사건이 사기성이 짙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쯔다오와 같은 해역에서 양식하고 있는 다른 기업은 문제없이 가리비를 출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금을 받고 양식장에 가리비 종패를 파종하지 않거나 파종 규모를 실제보다 부풀렸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장쯔다오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지 못하는 점이 주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2016년 1월 2000여명의 주주들은 2014년 발생한 가리비 100만 미 실종 책임을 물어 장쯔다오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인데 그사이 가리비 실종 사건이 또 발생한 것이다. 장쯔다오는 2006년 6월 선전 증시에 상장하면서 35개 펀드와 약 16곳의 기관투자를 유치했다. 4년 새 대규모 손실을 연이어 보고하면서 수산물 양식 전문기업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신뢰도도 급전직하하고 있다.

 

중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 사기, 정부 규제 등이 중국 증시 투자 리스크를 높이는 ‘블랙스완’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증시 감시 감독도 도마에 올랐다. 반드시 감독기관이 나서 자연재해인지, 사기극인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기업의 일방적 통보로 수많은 주주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가리비 실종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진핑 정부 들어 반부패, 인터넷, 환경 등 각종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촘촘한 정부 규제망 속에서도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IT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지금 중국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단순하기 그지없는 스마트폰 게임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게임업체가 개발한 스마트폰 게임 ‘여행하는 개구리’는 일본보다 중국에서 더 뜨겁다. 내용이 단순하다. 개구리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여행을 떠나는 개구리에게 도시락, 부적, 필요한 준비물 등을 챙겨 줄 수 있다. 그러나 개구리는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고, 예고 없이 갑자기 돌아올 수도 있다. 이용자는 여행을 떠난 개구리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중국 매체에서는 이 단순 무료한 게임의 인기 비결로 인연을 강조하는 불교의 사상과 유사하다거나 복잡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을 치유해준다는 등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계기는 장쩌민 전 주석에 대한 향수다. 중국 젊은이들은 인터넷에서 장 전 주석을 ‘개구리’(혹은 두꺼비)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장 전 주석 재임 기간에 그의 외모를 조롱하기 위해 사용되는 별명이었지만 최근에는 장 전 주석에 대한 친근감을 나타내는 애칭이 됐다. 장 전 주석의 생일이 되면 소셜미디어에는 개구리 사진이 넘쳐난다. 장 전 주석 시대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활력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여행 간 개구리를 기다리는 게임에 빠졌다는 것이다.

 

시진핑 시대 들어서면서 강화된 규제는 가리비 실종조차 막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 속 여행 간 개구리를 기다리면서 장 전 주석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현 정부에 대한 불만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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