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의 눈]트럼프의 무역전쟁, 끝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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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경향의 눈]트럼프의 무역전쟁, 끝의 시작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3. 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를 상대로 싸움을 걸어왔다. 자유무역협정 당사국들에 딴지 걸기로 시동을 걸더니 본격적으로 무역담장 높이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가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설득력이 없고 거칠다. 대상은 적대국과 우방을 가리지 않았다. 고율관세로 인한 타격은 중국과 러시아보다 캐나다, 브라질, 한국, 멕시코 등 동맹국가들이 더 크다.

 

트럼프의 선전포고에 당사국들이 요동치는 것은 당연하다. 유럽연합은 보복조치로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 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에 대한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로 나선다면 유럽연합도 미국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제품들에 대해 관세를 물려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인접국인 캐나다는 배신감에 떨고 있다. 트럼프는 유럽연합의 반발에 물러서지 않고, 유럽이 보복에 나서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세금을 올리겠다고 한걸음 더 나갔다. “친구든 적이든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나라들로부터 속아왔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세계를 대상으로 한판 싸움을 벌이겠다는 뜻을 굳힌 것 같다.

 

취임 이후 트럼프의 경제정책의 모토는 ‘미국 제일주의’ 이외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에 나간 미국 기업에는 고국으로 돌아올 것을, 외국 기업들에는 미국에서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것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일으키겠다고 한다. 말을 듣지 않는 국가의 상품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유무역주의를 신봉하면서 세계의 보편적인 가치추구에 동참하는 이전의 미국’과 결별하고 있다. 이미 세계 각국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바 있다. 미국은 고율관세라는 높은 성벽을 쌓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고립의 길로 나섰다. 보호무역이라는 깃발 아래에 유아독존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무역전쟁의 결과가 어떤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입증된 바 있다. 1922년 미국 워런 하딩 대통령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며 외국 상품에 대해 38%에 달하는 세금을 매겼다. ‘포드니-매컴버 관세’다. 그러나 관세부과가 생산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상대국의 보복관세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곧이어 대공황이 찾아왔다. 고관세는 대공황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대공황 기간 중인 1930년 더 강력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만들어졌다. 수입품에 대해 평균 59%, 최고 400%에 이르는 초고율의 관세가 골자다. 이를 통해 대공황 쇼크로부터 미국산업과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멍청함과 탐욕에서 나온 끔찍하고 해로운 결과물’로 끝났다. 유능한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훌륭한 경제대통령으로 기대를 모았던 허버트 후버는 ‘부지런하고 머리가 나쁜 최악의 케이스’라는 혹평을 남겼다. 그 교훈은 자유무역의 확장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세계무역기구가 탄생했다.

 

트럼프가 철강과 알루미늄을 첫 번째 타깃으로 정한 것은 장기간 침체에 있는 일리노이주 등 철강·자동차 산업중심지(러스트벨트) 주민들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 제조업의 상징인 러스트벨트를 지원해 중간선거에 우위를 점하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 철강산업에서 유효할지 모르나 세계무역의 위축을 가져오고 결국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기에 미국 내에서도 반대의견이 치열하다.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은 공개성명을 통해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를 넘어 당차원의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할 정도다.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도 무역전쟁은 전 세계를 침체의 늪으로 빠뜨릴 것이라며 보복의 악순환이 현실화돼선 안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지난 70년간 자유무역을 통해 연결해 놓은 가치사슬을 끊고 있다. 이는 중국의 확장을 용인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2050년까지 중심이 되겠다는 일대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협력을 통한 연대의 확장으로 중국은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미국은 고립의 대가로 국제적인 입지위축과 성장동력 소실로 가는 길로 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경제 성장에서 수출이 64.5%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의존도가 높다. 미·중·유럽연합은 수출액의 46%를 차지하는 주요 수출 대상이다. 작금의 상황은 선무당이 작두 타고 칼춤 추듯 아슬아슬하다. 넓고 길게 보고 위기를 넘겨야 할 때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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