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리비아에 대한 오바마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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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국제칼럼]리비아에 대한 오바마의 딜레마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3. 14.

김준형 | 한동대 교수·국제정치학

지난 번 칼럼에서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선택을 다루었다. 불과 5주 만에 또 다른 국가를 다루게 만드는 중동의 급격한 변화가 진정 놀랍다. 작금의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1990년대 초 동유럽을 연구하라고 지시한 오바마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물결은 냉전붕괴에 비견되는, 또는 더 나아가 완결판이 될 수 있는 충분한 함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와는 달리 현재 리비아는 결말의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녹록치 않은 국내외 여론

오바마는 카다피에게 권좌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군사개입을 포함해서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집트 사태에 대해서는 무바라크의 퇴진을 단호하게 요구하는 것 이상을 할 필요 없이 독재는 종식되었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미국은 이런 결말에 대해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성공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루이 14세를 떠올리게 하듯 ‘자신이 곧 리비아’라고 선언하는 과대망상의 카다피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민들에게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다. 독재에 대한 분노와 민주화 열정으로 기세등등하던 반군은 정부군의 무기 및 수적 우세에 점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리비아 사태는 미국 현대사를 통틀어 거의 모든 대통령들이 직면했던 해외 개입의 문제를 오바마에게도 제기한다. 늘 그랬지만 이 문제는 결정하기가 결코 쉽지 않으며, 그런 만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단 매우 신중하다. 그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또 다시 중동문제에 군사개입을 한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악화된 이슬람과의 관계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벌써 일부 비판론자들은 미국의 중동장악을 위한 음모이론과 연결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미 치르고 있는 2개를 포함해 3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카다피의 광기는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의 개입을 정당하게 만들고 있지만, 국내외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러시아와 중국은 군사개입 반대를 표명했으며, 나토 역시 유엔 결의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향DB


미국 내 의견도 갈린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60% 이상이 개입에 반대하지만, 매케인을 비롯한 공화당의 유력인사들은 오바마의 소극적 태도에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더욱 부담인 것은 같은 당 소속이며 외교에서 늘 원군이었던 존 케리 상원의원과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오바마의 보다 과감한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클린턴은 재임시절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르완다에 대한 개입시기를 놓친 것이라고 했다. 반면 공화당 성향의 게이츠 국방장관은 불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지상군 투입 같은 본격적 개입은커녕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놓고도 이렇게 찬반양론이 갈린다. 프린스턴대의 국제정치학자 게리 베이스의 지적처럼 개입을 해도 오버액션이라고 비난을 받을 것이고, 하지 않아도 학살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딜레마 상황이다.

신의 지혜가 함께 하기를

리비아 사태의 개입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미국 단독이 아니라 국제공조가 있어야 하고, 두번째는 리비아 내부에서 스스로 개입을 요구할 때이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특히 후자는 반군 내부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아니 반군의 구심체조차 분명하지 않은 실정이다. 반정부세력의 가장 큰 과제는 물론 카다피를 무너뜨리는 것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새로운 리비아를 건설할 세력을 만드는 것이다. 이 둘은 결코 선후가 분리된 과제라고 할 수 없다. 후자는 전자를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높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오바마에게는 신의 지혜가, 리비아인들에게는 신의 보호가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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