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G20 서울회의 그 후, 한국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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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국제칼럼]G20 서울회의 그 후, 한국은 어디에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3. 14.

손열 | 연세대 교수·국제정치학


지난 20일 폐회한 파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는 작년 11월 서울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대한민국, 세계 중심에 서다”를 선언한 한국의 향후 G20외교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번 파리회의의 중심에 한국은 보이지 않았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자국의 국제적 지위를 드높이고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글로벌 가교국가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자부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뒤이은 파리회의선 존재감 미미

지난 서울 정상회의는 국제금융기구 개혁, 글로벌 금융안전망 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서울 개발 컨센서스를 띄울 수 있었으며, 예기치 않게 돌출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환율전쟁을 원만히 봉합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기여하였음은 물론이다.

이번 파리회의에서는 서울회의가 물려준 의제인 지구적 불균형(global imbalance)을 해소하기 위한 일환으로서 불균형의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설정을 둘러싸고 미·중 양강 사이에 또다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미국은 공공부채, 재정적자, 민간 저축률 및 민간부채, 무역 및 투자불균형 등과 함께 외환보유액과 환율을 핵심 지표로 삼으려 하였으나 중국의 완강한 반대에 직면하여 어정쩡한 타협을 했다. 여기서 한국이 가교국가로서 중재에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또 지난번 한국이 주창한 서울 개발 컨센서스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결국 3개월 전 서울에서 누렸던 한국의 지위는 의장국 프리미엄이었던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발한 이래 등장한 G20은 그간 소수 서구선진국 중심의 거버넌스를 넘어 신흥국의 목소리를 담는 최상위 국제경제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활동무대는 분명 확장됐다. 문제는 어떤 연기를 펼칠 것인가이다. 더 이상 의장국이 아닌 꼬마 한국이 오바마와 후진타오란 거인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세계경제질서의 변화를 정확히 분별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내어놓을 수 있는 지식의 힘을 갖추어야 한다.

         경향DB


얼마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에는 다양한 위험요소들이 등장, 서로 연계된 채 도사리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G20 등 기존의 국제제도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G20의 경우,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로부터 시작하여 위기 이후 국제제도의 재구축을 모색해 온 와중에, 2010년 토론토회의는 재정위기, 서울회의는 환율전쟁, 이번 파리회의는 석유 및 식량 등 원자재가격의 급격한 상승, 중동민주화 등 예상치 못한 새 이슈들과 마주하여 해결책에 골몰하여야 했다. 더 큰 도전은 이런 위험요소들이 서로 연계되어있다는 데 있다, 유동성 위기는 재정위기와 지구 불균형 악화로 이어지고, 원자재 가격 상승, 식량위기, 경제적 양극화 심화, 환경 악화, 부패 확산, 지정학적 위험 증가 등이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한 곳에 문제가 터지면 연쇄적으로 확산되어 지구 전체가 동요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 문제 창의적 대응을

G20에서 한국이 성공하려면 금융뿐만 아니라 재정, 자원, 환경, 무역, 개발, 사회, 안보 등 세계경제 문제의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복합 외교가 필수적이다. 주어진 문제가 지구 전체의 위험네트워크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어떤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인지를 파악하고 잘 조율된 통합적 대응책을 제시할 때 국제사회는 한국을 경청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범정부적 준비위원회 해체 이후 G20이란 글로벌 거버넌스 외교를 기획재정부의 일개 국(기획조정단)에 맡겨서는 부족하다. 지난 서울회의가 일회용 행사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외교 주무부처와 총리실 등이 함께하여 ‘정부知’를 결집하고 또 민간과 연계하여 ‘국가知’를 총동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적 외교시스템을 갖추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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